‘ML꿈’ 최정·강정호, 실패한 일본과 다른 이유
홈런양산해낼 수 있는 차별화에 뛰어난 수비
일본 선수들 그동안 수비로 인해 모두 실패
공수주 3박자를 겸비한 내야수 최정(27·SK)과 강정호(27·넥센)를 향한 시선이 뜨겁다.
CBS스포츠의 유명 컬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지난달 27일(이하 한국시간), 올 시즌 FA 자격을 얻는 최정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정을 높게 평가한 헤이먼은 아예 ‘한국의 데이빗 라이트’라며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정은 구단을 통해 헤이먼이 거론한 에이전트 선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를 떠나 일단 FA 자격을 얻는 올 시즌에 전념하겠다는 뜻이다.
넥센 유격수 강정호도 못지않다. 강정호는 지난 2월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초청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단순한 초청이 아닌 요코하마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자체 청백전에도 출전한 이례적인 대우였다. 강정호와 최정은 지난 시즌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는 향후 한국 야구의 수준과 발전을 논할 가늠자가 될 수 있다. 한국 야구는 지난해 류현진이 연착륙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윤석민의 계약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제 관심은 과연 야수도 통할 수 있을지의 여부다.
물론 대부분의 평가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정과 강정호의 포지션이 외야가 아닌 내야수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한국, 일본에 비해 타구의 질이 강하며, 발 빠른 타자 주자들이 즐비해 내야 수비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아마추어는 물론 마이너리그에서부터 전진 스텝을 몸에 익힌 뒤 빅리그에 올라오는 것이 다반사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보다 교과서적인 수비를 지향한다. 안정된 자세에서 타구를 포구해야하며 송구는 그 다음 문제다. 전진 스텝의 메이저리그와 달리 사이드스텝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야구는 무수한 빅리그 투수들을 배출해 낸데 이어 스즈키 이치로, 마쓰이 히데키 등 야수 부문에서도 성공적인 길을 걸은 선수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유독 내야수만큼은 벽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유격수로 손꼽히던 마쓰이 가즈오(39·라쿠텐)다.
마쓰이 가즈오는 일본 시절, 7년 연속 3할 타율에 이어 평균 20홈런-40도루를 기록한 호타준족이었으며, 메이저리그급 수비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이로 인해 2004년 뉴욕 메츠와 3년간 201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지만 결과는 아쉽게도 실패작이었다. 수비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나타낸 마쓰이는 공격마저 동반 부진에 빠졌고, 이로 인해 포지션 변경(2루수)까지 감수해야 했다.
이후 일본 내 정상급 선수들인 이구치 다다히토, 나카무라 노리히로, 이와무라 아키노리, 니시오카 츠요시 등이 도전했지만 끝내 메이저리그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부분 수비에서의 심각한 약점이 문제였다. 두 차례 홈런왕에 오른 무라타 슈이치(3루수)는 FA 자격을 얻은 뒤 아예 일본 잔류(요미우리 이적)를 택하기도 했다.
최정과 강정호는 어떨까. 일단 일본 선수들이 2루타 위주의 중장거리형 타자였다면 이들은 홈런 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타격면에서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수비도 준수하다. 두 선수 모두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전진 스텝 수비를 구사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어깨도 강해 볼을 잡자마자 불안정한 자세에서 정확한 송구도 가능하다. 판은 마련됐고, 이제는 최정과 강정호의 도전의지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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