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복심' 이정현이 굳이 곡성 택한 이유가...
95년 지선부터 4번째 '무모한 도전' 이번에는...
오거돈도 시장선거 패배후 부산 해운대 출마 고심중
선거 때마다 쉬운 길을 마다하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타 지역에 출마할 경우 충분히 당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당선이 힘든 지역구에 출마를 선택한다.
‘미니 총선’급으로 치러지는 이번 7·30 재보궐 선거에도 어김없이 이런 ‘고행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존재한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소속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아직까지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출마가 당연시되는 무소속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청와대 떠난 ‘복심’ 이정현, 적지인 전남 순천·곡성에 홀로 뛰어들다
이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바라온 그는 누구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는 인물이다.
최근 청와대 홍보수석 자리에서 물러난 이 전 수석은 정몽준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공석이 된 서울 동작을 출마가 당연시됐다. 본인의 위치나 물러난 시기로 볼 때 국회 복귀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이 전 수석이 택한 곳은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면서도 통합진보당의 텃밭이기도 한 전남 순천·곡성이었다. 누가 봐도 새누리당은 당선이 불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아무도 후보신청을 하지 않은 곳이다.
이 전 수석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당시 시의원 출마부터 따지고 들면 벌써 4번째다.
제1회 지방선거 당시 광산구 제2선거구에서 민주자유당 소속으로 광주시의원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10년 뒤인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으로 광주 서구을에 출마했지만 5위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12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제19대 총선에서도 다시 호남의 문을 두드렸다. 그는 광주 서구을에 출마해 초반부터 높은 지지율로 선전하면서 ‘이번에는 혹시’라는 기대감을 남겼지만 결과적으로는 낙선이었다. 하지만 39.7%라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남겼다.
이 전 수석이 2년 만에 다시 문을 두드린 순천·곡성은 호남 내에서도 통진당이 자리 잡은 지역구다. 최근 국회 최루탄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김선동 전 통진당 의원이 탄탄하게 조직을 닦아놓은 곳이다.
특히 이 전 수석의 고향인 곡성군의 인구가 3만1000명인 것에 비해 순천시의 인구는 27만명에 이른다. 인구에서 무려 9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 자명하다.
이 전 수석이 순천시민의 여망인 ‘순천대 의대 유치’, ‘정원박람회장 국가정원 지정’, ‘순천 구도심 재생’ 등 굵직한 공약을 일찌감치 내세운 것도 안정적인 지역 발전을 바라는 순천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도 이 전 수석의 출마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은 3일 TBS라디오 ‘열린 아침 송정애입니다’에 출연해 “영남은 말할 것도 없고 순천·곡성도 이 전 수석의 출마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고삐를 단단히 틀어맸다.
오거돈, 지방선거에서 흘린 석패의 눈물...재보선 통해 보상 받을까
부산에서는 지방선거 때 불었던 ‘오거돈 바람’이 다시 휘몰아칠지가 관건이다.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 스스로는 아직까지 재보궐선거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는 “출마는 확실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 전 장관 역시 고행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4년 재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부산시장에 출마했지만, 2위(37.7%)로 낙선했다. 2년 뒤인 제4회 지방선거에서 다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부산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2년 전에 비해 득표율이 떨어지면서 또다시 패배의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4년간 철치부심한 그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부산시장에 도전해 당시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서 후보와의 득표율 차는 불과 2만701표(1.4%)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초접전이었다.
여권 내에서는 오 전 장관이 해운대·기장갑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근본적으로 공천권을 지역주민에게 돌려준다는 생각”이라면서도 “오 전 장관을 능히 이길 수 있는 후보 등을 고려해서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4 지방선거 부산시장 선거 지역별 득표율도 오 전 장관에게 불리하지만은 않다.
시가지가 형성된 해운대의 경우 서병수 시장(50.18%)이 오 전 장관(49.81%)을 상대로 우위를 점했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장의 경우 서 시장(49.15%)이 오 전 장관(50.84%)에 뒤졌다.
서로 한 곳씩 사이좋게 주고받은 데다, 1% 이내의 접전을 벌인 만큼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문제는 야권후보단일화 여부다. 오 전 장관이 지방선거에서 이미 한번 양보를 받아 무소속 시민후보로 출마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단일후보로 선출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윤준호 새정치민주연합 예비후보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오 전 장관에게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고 끝까지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 전 장관이 우리 당에 입당하면 단일화를 위한 논의에 나설 여지는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에 입당할 경우 기존의 중도지지층이 떠나갈 가능성이 높다. 출마 자체도 어려운 선택이지만 중간에 넘어야할 산도 너무 많은 것이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인 현 상황을 오 전 장관이 어떻게 넘어갈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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