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잃고 '독자정당 자존심'도 잃은 정의당
"낡은 계파정치" 비판하더니 독자적 방향성 없이 '한석' 위해 자존심 버려
7.30 재·보궐선거의 최대 격전지이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든 것을 걸겠다”고 선언한 동작을에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49.9%)가 정의당 소속 노회찬 야권 단일후보(48.7%)를 929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날 노 후보는 개표 시작 직후부터 근소한 차이로 나 후보에게 뒤처지는 양상을 보였으며, 접전을 벌인 끝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이에 따라 재·보궐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원내 입성을 확신했던 노 후보 개인은 물론, 원내 의석 6석으로 존재감 알리기를 꾀했던 정의당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선거 때마다 등장하며 논란의 중심이 됐던 소위 ‘야권연대 약빨’이 완전히 떨어졌다는 분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울러 단일화를 먼저 제안했던 정의당은 야권연대의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앞서 노 후보가 지난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24일까지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후보직을 사퇴하고 기동민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그간 전략공천 내홍을 버텨왔던 기 후보가 선거를 채 일주일도 안 남긴 상황에서 자진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선거 막판에 ‘동작을 단일화’ 문제가 선거판을 뒤흔들기도 했다.
다만, 정의당이 일찍이 당 대 당 연합을 제안한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불가’를 선언하는 바람에 시점이 늦어진 데다, 지도부마저 “캠프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긴 만큼, 새정치연합이 지게 될 야권연대 책임의 무게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야권연대 책임론보다는, 단일화를 하고도 승리하지 못한 노 후보 개인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정의당이 이번 선거에서 잃은 것은 원내 한 석 뿐이 아니다. ‘독자정당’으로서의 자립의지를 스스로 내팽개쳤기 때문이다.
앞서 정의당은 노회찬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부터 새정치연합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왔다. 안철수 대표 취임 100일이었던 지난 13일에는 기초노령연금, 기초지방자치단체·의회 무공천과 관련해 “당의 기초가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라”고 선공을 가했다.
새정치연합의 수원 천막당사를 두고서는 “돌려막기 공천, 낡은 계파정치에 환멸을 느끼며 돌아선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기껏 내놓은 것이 ‘박근혜 따라하기’ 이벤트냐”며 “공천에 대한 반성도 없는 새정치연합은 더 이상 ‘새정치’를 입에 담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특히 정의당은 지난 19일 권은희 새정치연합 광주 광산을 후보의 재산 축소신고 논란과 관련해 논평을 내고 “알량한 법 형식 논리를 내세워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태도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같은 날 노 후보는 “내 호는 완주(完走)”라며 야권연대가 성사되지 않아도 “야권연대 없이 독자적으로 완주할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뿐이 아니다.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를 향해 “(특별법을 처리)할 능력이 안 되면 교섭단체 권한을 내놓으라”며 두 당을 동일 선상에 두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공천과 후보자 선정 기준은 물론, 세월호 특별법 같은 핵심 현안에 대해서도 새정치연합과의 방향성이 확연히 다름을 드러낸 것이다. 이정미 대변인 역시 출마를 앞두고 “우리도 공당으로서 후보자를 내고 ‘정의당으로서’ 존재를 국민께 당당히 인정받아야하지 않겠느냐”고 일갈한 터다.
정의당이 ‘원내 한 석’을 위해 진보정당으로서의 방향성을 스스로 놓아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방향성도 맞지 않는 거대야당과의 단일화를 단행함으로써 '정의당'이라는 독자정당의 정통성으로 승부할 용기도, 능력도 없음을 드러낸 셈이기 때문이다.
한편 노 후보는 개표 완료 후 보도자료를 통해 “무책임하고 무능력하고 탐욕스러운 정부와 여당, 각종 기득권층에 대해 국민들이 바로잡고 싶어 했다”면서 “그런 당부와 부름에 제대로 응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낙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불과 다섯 석밖에 갖지 않은 정의당이지만, 이번 선거과정에서 오히려 야권지지층들의 마음의 보금자리가 된 것도 정의당이라고 자부한다”면서 “정의당은 한국정치가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라지고 야권이 건강하게 재집권할 수 있는 2017년을 위해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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