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들갑 vs 무관심” 한일 스포츠 천재 ‘극과 극’ 현실
아사다-나카이 등 천재성 보이면 막대한 자본 투입
한국, 관리 역량 부실 여전..해외서 성장 기회 찾아야
천재는 1%의 영감과 99%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1%의 영감이 없다면 120% 노력을 기울여도 천재 반열에 오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불세출의 천재가 등장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일본은 조금만 두각을 나타내도 유독 잘 흥분(?)하기로 유명하다. 진짜 천재로 성장시키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물심양면 지원한다. 일본 피겨 간판 아사다 마오(24)와 유소년 축구선수 타쿠히로 나카이(10)가 대표적이다.
특히 타쿠히로가 지난해 레알 마드리드 알레빈B(12세 이하)에 입단하자 일본은 리오넬 메시에 견주기도 했다. 물론 타쿠히로의 재능은 훌륭하다. 또래 치곤 볼을 섬세히 다룬다. 그러나 ‘1%의 영감 소유자’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무엇보다 아직 유소년 국제무대서 큰 성과가 없다.
아사다 마오도 천재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늘 국제무대 입상권에 포함된 실력파지만, 영감을 준 피겨 거장이었는지는 의문부호가 붙었다. 아사다의 연기는 감성보다 이성, 점수를 따기 위한 수학적인 움직임에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일본과 정반대의 정서를 지녔다. 천재가 나타나도 키울 줄 모른다. 개천에서 용이 태어나길 바랄 뿐, 막상 용이 태어나면 관리할 역량이 부족하다. 상당수 재능을 타고난 유망주들이 타국서 자비를 털어 살길을 모색한다.
피겨 불모지에서 태어난 김연아(은퇴)가 대표적이다. 밴쿠버 올림픽 전까진 이역만리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김연아의 유망주 시절, 국내 빙상장은 난방시설은커녕 천장누수로 연습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 후계자’로 지목된 이승우도 김연아처럼 진짜 천재다. 16살 이승우는 카데테B에서 후베닐B로 월반, 폭풍 성장 중이다. 모든 국제 대회마다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MVP)을 휩쓸었다. 스페인은 물론 영국 맨유, 첼시 등 유수의 클럽에서 주목하는 예비 축구 거장이다.
바르셀로나 훈련방식과 한국축구 훈련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바르셀로나는 어린 선수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극대화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반면 한국축구는 개성보다 조직력을 중시한다. 튀어나온 돌은 망치질하는 편이다.
2002월드컵 이후 유소년 시스템이 정착됐지만, 여전히 결과(승패)에 집착하는 축구를 버리지 못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진짜 천재도 빛을 잃기 일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승우가 일찌감치 ‘천재를 키울 줄 아는’ 스페인 무대로 떠난 게 신의 한 수인 이유다.
한국의 원석들은 열악하고 통제된 시스템 안에 갇혀있어 보석으로 성장할 찬스를 놓친다. 창의력을 발산할 기회마저 부족하다.
마이크 타이슨을 슈퍼스타로 길러낸 커스 다마토(1908~85)는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 “한 소년이 불씨와도 같은 재능을 갖고 왔다. 내가 불을 지피자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키울수록 불은 계속 타올라 결국 열정의 활화산이 됐다.” 한국에 커스 다마토와 같은 길라잡이가 필요하다.
K리그는 박지성의 잠재력을 몰라봤다. 무명 수비수 최진철의 잠재력을 극대화한 스승은 ‘외국인 감독’ 거스 히딩크(네덜란드)였다. 김연아의 번뜩이는 착상에 생명력을 주입한 인물은 데이비드 윌슨(캐나다)이었다.
제2의 박태환, 제2의 김연아, 제2의 이승우가 어딘가에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들을 발견하기 어렵다. 조금만 가능성이 보여도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범재를 천재로 빚으려는 일본과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운동 천재들은 불모지 한국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