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연패 위업'에도 회의론 불 붙인 AG 야구
프로정예 출전시킨 한국의 독주 심화..정식종목 회의론도
‘진검승부’되지 못한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 입지 흔들
한국 야구대표팀이 힘겹게 대만을 꺾고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프로 정예’들을 투입한 한국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서 벌어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대만과의 결승에서 8회 역전극을 펼치며 6-3 승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이후 6번의 대회에서 4번의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이다.
대만과의 리턴매치는 예선과 전혀 다른 어려운 승부였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한국은 당초 공언한대로 5전 전승 우승을 달성해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2010년 광저우에 이어 4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한국은 일단 우승이라는 목표는 이뤘지만, 정작 아시안게임 야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심각한 정체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이유는 역시 아시안게임 참가국들의 극명한 수준 차다. 북중미와 동아시아 일부 국가들을 제외하면, 대중적 기반이 떨어지는 야구를 종합대회에 ‘굳이 넣을 필요가 있나’라는 회의론은 올림픽 정식종목 퇴출 이후 아시안게임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프로리그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 일본, 대만을 제외하고 아시아 타 국가들의 수준은 크게 떨어진다. 그나마 아시안게임에 크게 관심이 없는 일본은 사회인야구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리는 게 전통이고, 대만도 이번 대회에서 최정예 대표팀을 구축하지 못했다. 이는 한국의 일방적인 독주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우려한대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조별리그부터 콜드게임이 속출했다. 한국은 조별예선 3경기 모두 콜드게임으로 장식했다. 그나마 한국의 대항마라던 대만도 예선전 콜드패 수렁을 벗어나지 못했을 만큼 전력차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러다보니 한국 역시 승리의 가치가 빛이 바래고 ‘이겨야 본전’이라는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의 준결승, 대만과의 결승 리턴매치는 예선전과 달리 접전 양상을 띠었지만, 상대팀 선전보다 한국의 부진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AG야구에서의 전력불균형이 심각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불어 도마에 오른 것은 한국야구가 AG에 참가하는 태도였다. 1998년부터 한국은 프로 선수출신 정예멤버 위주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전통이 됐는데 언제부터인가 우승 자체보다 그에 걸린 병역혜택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대표팀은 ‘드림팀’이라고 불릴 만큼 이론의 여지가 없는 최정예 멤버들을 선발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병역미필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팀 배분에 신경 쓴 흔적도 짙다. 이번 대회를 통해 병역혜택을 얻게 된 선수만 13명이나 된다. 지나치게 미필자 위주의 선수구성으로 일본과 대만에 패하며 동메달에 그쳤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을 연상케 했다.
물론 미필자들도 실력 있는 선수들이지만, 역대 대표팀과 비교하면 최강의 구성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이로 인해 객관적인 성적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최종엔트리에 탈락한 선수들이 대거 발생하며 발탁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림픽이나 WBC는 세계적인 강호들이 정예멤버를 앞세워 진검승부를 겨루는 대회였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사실상 한국 외에는 프로 1.5군도 안 되는 수준의 팀과 선수들이 출전하는 아마추어 대회에 머물고 있다. 한국이 우승한다고 해서 예전처럼 찬사를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우승 가능성이 높은 아시안게임에서 손쉽게 병역혜택까지 얻으려고 하는 것을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아시안게임이 한국 야구계의 합법적 병역 혜택을 노리기 위한 무대가 될수록 장기적으로 AG 야구 종목의 존재가치는 물음표를 남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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