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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 논란’ 야구 대표팀에 쏟아지는 십자포화


입력 2014.09.29 10:36 수정 2014.09.29 21:2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대만 꺾고 금메달 차지하며 미필자 13명 군면제

1년 전 WBC 예선에서는 허술한 플레이로 비난

야구 대표팀은 금메달 획득으로 13명의 선수가 군면제를 받게 됐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강 전력이라 평가받았던 야구 대표팀이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진땀 승부 끝에 금메달을 따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6-3으로 승리해 대회 2연패를 이뤄냈다.

짜릿한 역전극이 일어나자 야구가 주는 묘미에 감동을 받은 팬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금메달이라며 날선 비판을 가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도대체 야구대표팀에만 혹독한 잣대를 들이미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시안게임 야구는 1998년 방콕 대회 때부터 프로 선수의 참가를 허용했다. 이에 금메달 수상자에게만 병역혜택을 부여하는 한국은 프로 선수들을 대거 참여시켜 1998년 방콕 대회, 2002 부산 대회, 2010 광저우 대회, 그리고 이번 인천 대회까지 금메달을 휩쓸었다.

병역 면제를 받은 스타플레이어도 상당했다. 선수 전원을 병역 미필자로 구성했던 방콕 대회에서는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임창용, 김동주 등이 수혜를 입었고, 최근에는 메이저리거 추신수가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뒤 FA 대박 계약을 보다 빨리 손에 넣기도 했다.

팬들도 지금까지는 병역 혜택을 받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줬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먼저 한국은 홍성무를 제외한 선수 전원을 프로 선수들로 구성했다. 하지만 엔트리 구성에서부터 말이 나왔다.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프로 9개 구단의 형평성을 고려해 선수를 선발했다는 인상이 짙었다. 무엇보다 과연 대표팀에 어울릴 기량인가란 의문점이 드는 선수도 있었다. 당연히 무임승차 이야기가 나왔다.

함께 경쟁을 펼친 일본은 프로 대신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대표팀으로 내보냈다. 물론 일본의 사회인 야구는 동네 야구가 아닌 실업 리그 수준으로 봐야 하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 크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금메달을 다퉜던 대만의 경우 한국과 마찬가지로 병역혜택이 주어졌지만 점진적 모병제로 전환하게 됨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는 1군급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이외에 중국이 아시아 야구의 4강으로 평가받지만 아직까지 아마추어 수준이고, 이번에 몽골, 홍콩, 태국 등은 말 그대로 참가에 의미를 두고 있다. 금메달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무리가 아닌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야구 종목이 시작되자 예상대로 콜드 게임 행진이 펼쳐졌다. 타자들은 고등학교 수준만도 못한 투수 공을 연신 두들겼고, 프로 선수가 던지는 140km대 강속구는 상대 타자들이 감히 손을 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수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금메달을 확정짓기 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가 엿보였다.

결국 금메달은 예상대로 한국에게 돌아갔고 13명의 선수들이 병역혜택을 받게 될 예정이다. 또한 일부 선수들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까지 보다 빨리 얻게 됐다.

아시아 올림픽평의회(OCA)는 야구 종목에서 프로 선수의 참가를 허용하고 있으며, 한국은 금메달 획득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고 있다. 규정에 따라 선수를 선발한 야구 대표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일부 팬들의 비난이 거센 이유는 바로 한 해 전 일어난 ‘타이중 참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2013 WBC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한 흑역사를 지니고 있다.

당시 선수들은 어이없는 실책으로 점수를 헌납하는가 하면 마운드에서도, 타석에서도 투지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몸을 사리는 듯한 플레이가 이어져 야구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으며 한 선수는 SNS를 통해 부적절한 글을 올렸다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WBC는 우승을 해도 병역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번 대표팀에 선발돼 병역혜택을 받은 한 선수는 “이전에 오른 팔꿈치를 다쳐서 참고 뛰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캠프 때부터 주사를 이용해 참고 뛰었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구단에 가서 양해를 구하고 수술을 받을 생각이다. 뼛조각이 돌아다녀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말했다가 비난 여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지난 4년간 이번 대회만을 위해 달려온 선수들이다. 일부 유명 선수들은 이미 병역혜택을 받았음에도 대표팀 선발을 위해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남모를 고통과 눈물을 훔치며 여기까지 왔다. 그만큼 태극마크의 무게와 자부심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야구 대표팀은 매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절박함 면에서 타 종목 선수들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과연 병역혜택이 없어도 태극마크를 기꺼이 받아들 선수들이 얼마나 있었을지 의문이 들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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