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잡음' 인천AG…평창, 반면교사 삼아야
주경기장 건설 등 시작부터 삐걱거리며 잡음
3년 4개월 뒤 평창 올림픽은 철저하게 준비해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수많은 과제와 교훈을 남기고 폐막했다.
지난달 19일 개막해 16일간의 열전을 펼쳤던 아시아의 축제는 4일 폐회식을 끝으로 성화를 소화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2002 한일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국내에서 치른 대규모 스포츠 행사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이 모두 출전한 만큼 대회 규모도, 참가한 인원들도 엄청났다.
하지만 대회 기간 내내 여기저기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미 준비과정에서부터 삐걱거렸던 인천 아시안게임이다. 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에 내건 공약은 바로 ‘알뜰한 대회’였다. 김영수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은 “인천이 스포츠 약소국이나 개발도상국도 아시안게임을 치를 수 있는 롤 모델이 되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인천시의 재정이 탄탄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맨 속사정이 따로 있었다.
인천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총면적 113,620㎡에 6만 1818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경기장(아시아드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이 경기장을 짓는데 들어간 돈은 총 4900억원으로 아시아게임 전체 예산(약 2조 5000억원)의 약 20%를 차지한다.
인천에는 2002 한일 월드컵을 치렀던 문학 주경기장(4만 9084석)이 이미 있다. 이곳의 리모델링 비용은 2500억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새 경기장을 짓느라 2400억원을 더 쓴 셈이다. 첫 단추만 잘 꿰었어도 대회 내내 여기저기서 들린 “돈이 없다, 예산 부족이다”라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시아의 이목이 집중된 개막식도 여러 잡음을 만들었다. 특히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을 소개해야할 개막식 행사가 한류콘서트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대해 예술감독을 맡은 장진 감독은 “한류 스타는 고작 2명 나왔을 뿐이다. 그렇게 비춰진 이유는 카메라 리허설을 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여기서도 소통과 예산 부재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이 땀방울을 흘렸던 경기장에서 나타났다. 어설픈 행정과 미비한 준비로 인한 문제점이 매일 같이 터져 나왔다.
지난달 21일에는 대회의 상징인 성화가 12분간 꺼지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황당한 것은 왜 꺼졌는지조차 알지 못한 조직위다. 배드민턴 경기장에서는 대회 도중 정전사고가 발생했고, 300억원을 투입해 리모델링한 최신식 옥련국제 사격장은 달랑 132장의 티켓만 팔고 매진푯말을 내세웠다. 일본 남자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 응했지만 통역이 오지 않아 참다못해 돌아갔고, 경기장 부근의 간이화장실은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자원봉사자들이 변기에 물을 뿌리는 촌극이 이어졌다.
또한 구름 관중이 몰린 축구 남자 8강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는 1등급 티켓(3만원)을 4장이나 구매해 들어온 관중이 좌석을 찾지 못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자원봉사자와 경기 진행 요원들도 티켓에 표시된 자리가 어디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일부 개념을 상실한 자원봉사자들도 구설에 오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야구대표팀이 훈련하던 도중 몇몇 자원봉사자들은 싸인을 요청했고, 이 장면을 목격한 류중일 감독이 크게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관중들의 편의를 돕기는커녕 카메라를 들고 인증 사진(?)을 찍거나, 아예 자리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는 자원봉사자는 예사였다.
이제 4년 뒤면 아시안게임보다 더욱 큰 규모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3년 4개월의 시간이 남았지만 현재 준비과정을 보면 결코 길어 보이지 않는다. 경기장과 숙박시설은 물론 고속철도 건설 등 기본적인 부분마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메가톤급 이벤트에서 필수 요소로 평가되는 ‘돈’이 부족했음은 물론이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야하는 관계자들의 역량 부족을 드러냈다. 급기야 다양한 사건 사고가 연일 빛났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의 영문 슬로건은 'Diversity Shines Here(다양성이 여기서 빛난다)'다. 부실한 대회라는 오명과 함께 전시행정의 민낯이 드러난 인천아시안게임은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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