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팅리가 원흉’ 가혹한 돌팔매 뒤에 숨은 사람은?
LA다저스 조기탈락에 매팅리 책임론 지나치게 부각
불펜 약점 보완 못하고 선발수집 나선 단장 탓 커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LA 다저스가 2014시즌도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작년에는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멈췄고, 올해는 디비전시리즈도 통과하지 못했다. 2년 연속 다저스 발목을 잡은 상대는 NL 중부지구 강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였다.
탈락 확정 직후 팬들은 물론 국내외 언론을 통해 돈 매팅리 감독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됐다. 뉴욕 양키스를 능가하는, 2억 달러 상회하는 돈을 선수들 연봉으로 퍼붓고도 2년 연속 월드리시즈 무대도 오르지 못했으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
올해의 다저스는 작년의 다저스보다 더 강했다. 다저스에는 리그 최고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에이스 같은 2선발 잭 그레인키, 그리고 우승을 노리는 팀의 3선발로 전혀 손색이 없는 류현진이 선발 마운드를 지켰다. 또 타선은 후반기 들어 리그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했다.
따라서 작년과 다를 것 같았다. 그러나 다저스의 올 가을잔치는 첫 경기부터 꼬이기 시작했고, 결국 1승3패로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3패 중 2패가 에이스 커쇼의 패전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실로 컸다.
이 과정에서 매팅리 감독은 어설픈 투수진 운용으로 패배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1차전과 4차전에서는 커쇼의 교체 타이밍이 늦어 에이스가 두들겨 맞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흔들리는 커쇼는 계속 마운드에 세워뒀고, 잘 던지던 그레인키와 류현진에게는 1이닝을 더 맡기지 않았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컸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보여준 매팅리 감독의 투수 운용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믿고 맡겼던 커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레인키와 류현진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은 하나 같이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이쯤 되면 책임론에서 비껴갈 수는 없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을 무능하다고 말할 순 없다. 매팅리 감독은 2011시즌부터 다저스를 이끌었다. 부임하기 전인 2010시즌, 다저스는 80승 82패로 서부지구 5개팀 가운데 4위에 그쳤다. 다저스는 매팅리 감독 부임 첫해 82승(79패)을 거둬 5할 승률로 올라섰고, 이후 올해까지 86승-92승-94승을 수확하는 등 매년 나아졌다.
물론 그 기간 다저스가 많은 투자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수가 많은 프로야구에서 금전적인 투자가 항상 좋은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건 팬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스타급 선수들이 많아져 자칫 분열될 수도 있는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통제하는 데 성공한 매팅리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높이 평가 받아야 한다.
매팅리 감독이 포스트시즌에서의 투수운용에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허약한 불펜 탓이다.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확실한 필승조가 있었다면 굳이 교체 타이밍을 그렇게 가져갈 이유가 없었다. 부실한 불펜은 올 시즌 내내 다저스의 고민이었고, 끝내 그 점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다저스의 불펜이 이렇게 망가진 건 매팅리 감독의 책임이 아니다. 그보다는 네드 콜레티 단장의 책임에 가깝다.
불펜 보강은 지난 겨울 다저스의 가장 중요한 숙제였다. 그리고 콜레티 감독은 왕년의 특급 마무리 브라이언 윌슨을 시작으로 J.P. 하웰과 크리스 페레즈를 영입했다. 1000만 달러짜리 셋업맨 윌슨은 시즌 내내 팬들의 속을 태웠고, 페레즈는 부상과 부진 속에 일찍 시즌을 접었다. 몸값을 했던 것은 하웰 한 명뿐이었다.
트레이드 시장이 막을 내리기 직전까지 다른 팀들이 착실하게 전력을 보강할 때도 콜레티 단장이 보여준 움직임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불펜이 가장 큰 약점이었음에도 선발투수 수집에 열중했고, 그렇게 영입한 로베르토 에르난데스와 케빈 코레이아는 가을에 써먹지도 못했다.
결국, 다저스는 경험이 일천한 페드로 바에즈와 스캇 엘버트 같은 선수들을 중요한 포스트시즌에 주력 구원투수로 활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부진이 탈락으로 이어졌다.
콜레티 단장은 오랜 전부터 무능한 인물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전임 단장들이 남겨준 비옥한 팜 시스템을 망가뜨렸고, 그가 팀을 이끄는 동안 다저스는 늘 포지션 중복 문제에 시달려 왔다.
박찬호가 다저스로 복귀했던 2008년에는 1000만 달러짜리 대타(노마 가르시아파라)와 900만 달러짜리 대주자(후안 피에르)가 연봉 총액만 높였고, 류현진이 가세한 작년에는 10승급 선발투수만 7명을 쥐고 있었다. 올해도 범람하는 외야 자원 정리에 실패했고, 불펜 보강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매팅리 감독의 용병술에는 분명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선수를 운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 것은 콜레티 단장이다. 현지언론에서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슈퍼스타가 많은 다저스라는 팀에서 매팅리 감독의 리더십은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어쩌면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은 그런 매팅리 감독을 도와줄 수 있는 현명하고 능력 있는 단장의 존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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