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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골탈태 한국축구, 홍명보호와 무엇이 달랐나


입력 2014.10.14 22:33 수정 2014.10.15 00:0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1-3 패했지만 확 달라진 모습에 홈팬 박수로 화답

탈압박카드는 선수 교체가 아닌 역할 변경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축구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 연합뉴스

불과 넉 달 전 월드컵에 출전해 졸전을 펼친 대표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확 달라진 한국 축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4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아쉽게 1-3 패했다. 하지만 한국은 한층 수준 높아진 경기력으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이동국을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기용한데 이어 손흥민과 이청용을 좌우 윙어에 배치시켰다. 남태희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고, 기성용과 장현수가 중원을, 박주호-김영권--김주영-차두리가 포백을 형성했다. 수문장은 김승규가 나섰다.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브라질월드컵에 나섰던 홍명보호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선수 구성이다. 특히 공격의 주된 전술이 기성용으로부터 시작돼 손흥민-이청용이 끊임없는 측면 지원사격에 임했다는 점에서 궤를 함께 했다. 그러나 홍명보호와 슈틸리케호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이날 경기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역시나 공간 창출 능력이 돋보였다는 점이다. 코스타리카는 최근 세계 축구의 대세이자 지난 월드컵에서 선보였던 게겐프레싱(재압박)을 한국전에서도 그대로 재연했다. 따라서 점유율 확보가 승부의 가장 큰 관건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제시한 게겐프레싱 파훼법은 끊임없는 공간 창출과 전술의 유연성이었다.

먼저 좌우 윙어 손흥민과 이청용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두 선수는 종적인 움직임이 요구되는 윙어 포지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중앙으로 침투하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수시로 스위칭을 시도, 코스타리카 수비진에 혼란을 야기했다.

윙어들이 비운 측면은 좌우 풀백들이 안정적으로 메워줬다. 오른쪽 수비수로 출전한 차두리는 물론 박주호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된 김민우는 잦은 오버래핑과 공격가담으로 대표팀 공격 속도의 윤활유 역할을 담당했다.

활동량을 대폭 늘린 기성용도 인상적이었다. 안정적인 공격 작업에 능한 기성용은 이날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임으로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00년대 초반 독일 축구를 이끌었던 미하엘 발락을 연상케 하는 전형적인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변신한 기성용이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동점골 포함, 풀타임을 소화한 이동국도 영롱히 빛났다. 이날 이동국은 골뿐만 아니라 최전방에서의 압박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등 나이를 잊은 듯한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후반 17분 전진압박으로 골키퍼 나바스의 실수를 유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감독의 중요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코스타리카의 압박을 이겨내는 카드로 선수 교체가 아닌 역할 변경을 주문하며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비록 집중력을 잃은 수비진이 한 번에 무너지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숙제로 남았지만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빠른 축구에 4만 홈팬들은 만족스러운 박수를 보냈다.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다른 구기 종목들과 달리 작전타임이 없어 상황에 맞는 직접적인 작전지시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철저한 준비와 사전 약속된 플레이로 완성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축구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 감독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팀이 된 한국축구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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