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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구이무’ 승자도 패자도 없었던 5차전


입력 2014.11.10 22:47 수정 2014.11.10 22:5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9회말 2사 후 최형우 극적인 끝내기 2타점 2루타

혼신의 힘을 다한 마무리 손승락, 아쉬웠던 슬라이더

이미 간파당한 손승락의 슬라이더가 손을 떠난 순간 최형우의 끝내기 안타가 터졌다. ⓒ 삼성 라이온즈

일구이무(一球二無). 한 번 떠난 공은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김성근 한화 감독의 삶의 모토로도 유명한 말이다.

삼성이 10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세븐 프로야구’ 넥센과의 5차전에서 9회말 최형우의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3승 2패가 된 삼성은 1경기만 더 가져올 경우 대망의 통합 4연패를 이루게 된다. 반면,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넥센은 약점으로 지적된 불펜의 한계를 절감하며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야구는 과정에 과정을 거쳐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힘들고 고독한 싸움으로 일컬어진다. 어느 팀이든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야만 승리를 거둘 수 있고, 100개 안팎의 투구 수를 필요로 한다. 또한 공격에서 점수를 뽑아야만 이기는 조건이 완성된다. 가장 정적이면서도 유기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한국시리즈 승패의 분수령이 된 5차전은 정적인 야구의 특성이 극대화된 경기였다. 양 팀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에 방망이가 침묵했고, 잠실 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도 어느새 숨을 죽인 채 경기 속에 빠져들었다.

양 팀의 엇갈린 희비는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 8회부터가 시작이었다. 넥센의 바뀐 투수 조상우는 7회 배짱 있는 투구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8회 채태인과 최형우에게 각각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수 본인은 결연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프로 2년차 선수가 감당하기에는 한국시리즈라는 무대가 주는 무게감이 엄청나보였다. 그리고 이승엽에게 사구를 내주며 강판되고 말았다.

조상우를 구원하기 위해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마운드에 올랐다. 손승락의 투구는 놀라웠다. 박석민을 인필드플라이로 처리하더니 박해민과 이흥련을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무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벗어났다.

그렇다고 경기는 끝난 게 아니었다. 상위타선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9회말 공격이 남아있었다. 물론 끝판왕 삼성과 마주한 손승락의 투구에는 일말의 망설임이 없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찌르는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의 각은 삼성 타자들의 헛스윙을 연신 유도해냈다.

1사 후 나바로가 상대 실책으로 출루했다. 볼을 더듬은 강정호의 실책이 큰 화를 불러오게 될 줄은 그때까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굳게 입술을 머금은 손승락은 박한이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뒀다.

투구 수가 20개에 이르자 손승락의 무시무시했던 구위도 삼성 타자들 눈에 익기 시작했다. 날카로움을 자랑하던 그의 공은 채태인의 안타로 연결됐고, 이날 경기의 MVP인 최형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최형우는 경기 후 인터뷰서 “찬스가 오길 바라고 있었다. 손승락의 투구 패턴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마침 볼 배합이 머릿속에 그려놓은 대로 왔다”고 밝혔다.

2스트라이크 2볼 상황. 앞서 최형우는 3구째 손승락의 슬라이더를 제대로 당겼지만 아쉽게 파울이 됐다. 이 순간 슬라이더는 최형우에게 통하지 않는 구질이 돼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5구째 다시 슬라이더가 들어왔고, 결과는 끝내기 2루타였다. 투구와 타구 모두 같은 코스였고, 파울 선상 안쪽으로 집어넣은 최형우의 타격 기술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승부를 가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넥센은 1루 주자 김헌곤이 홈으로 들어오는 사이, 유한준-서건창으로 이어지는 중계플레이에서 좀 더 기민하게 처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결국 한 발자국 차이로 홈에서 세이프가 됐다.

김성근 감독은 과거 SK 시절, 한 번 놓친 공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격 시에는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수비에서는 상대의 진루를 최소한으로 막아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이 차이는 이번 5차전에서 고스란히 경기 결과로 드러났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삼성도 대단하지만 패자인 넥센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최고 수준의 경기를 펼쳤다. 승패는 엇갈렸지만 한국시리즈다운 최고의 경기력에 야구의 묘미가 극대화된 5차전이라 할 수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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