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vs매일유업, 같은 위기에 다른 해법 승자는?
남양유업, 생수와 차음료 등 비유업 강화 vs 매일유업, 우유 라인업 강화로 정면 돌파
유업계가 출산율 저하와 우유소비 감소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쟁 유업체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엇갈린 행보가 관심을 끈다. 어떤 기업은 불황을 정면 돌파로 맞서는가 하면, 다른 기업은 다각화를 통해 불황을 극복한다는 각오다.
13일 낙농진흥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분유재고량은 1만4970톤으로 전년동월 5963톤 대비 151.0%나 급증했다. 지난 5월 1만5717톤 대비 소폭 감소한 수치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최고치에 해당한다.
유업체는 원유가 남으면 이를 분말형태의 분유로 장기 보관한다. 하지만 출산율이 떨어지고 소비 감소 및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분유 재고량이 지속 늘어나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현재 유업체 중 우유를 판매해 이익을 보는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실정이 이러하다 보니 유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서도 국내 대표적 유업체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정면 돌파와 다각화라는 서로 엇갈린 행보로 불황 극복에 나서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일 생수사업을 강화하기로 하고 이 사업 부문을 대폭 정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원구 남양유업 대표는 최근 상반기 결산 임원회의에서 내년 강화해야할 사업 분야들을 언급하면서 "소비자들의 깨끗한 물을 먹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감안해 생수시장에 기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남양유업은 판매루트 별로 조직을 세분화하고 인원을 늘리는 등 해당 사업부문의 조직을 대폭 정비하는 한편 기존의 생수브랜드인 '천연수'를 리뉴얼해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을 강화하는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남양유업은 현재 생수시장에서 한해 약 10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향후 2년 안에 전체시장의 10%에 해당하는 500억원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남양유업은 지난달 29일 호흡기 질환에 좋다고 알려진 원료들을 넣어 만든 차음료 '맑은 숨 오리엔탈'을 출시해 '17차'를 이을 히트 음료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예전부터 브랜드명에 유업을 빼고 '남양'이라고만 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향후 남양유업이 유업을 포기하고 종합식품회사나 음료회사로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반면 매일유업은 남양유업과 달리 우유로 불황을 정면 돌파키로 했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새로운 CI를 도입하고 '저지방·고칼슘2%'를 출시하고 무지방(0%)부터 저지방(1%, 2%), 일반우유(4%)까지 세분화된 라인업을 확대했다.
매일유업이 새롭게 도입한 CI 역시 유업의 기반이 되는 '목장 지붕'에서 형태적인 모티프를 가져왔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본질을 잊지 않고 유업에서 비롯된 전문성을 계승하고자 하는 매일유업의 의지를 표현했다"며 "새로운 CI 도입을 통해 유업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건강하고 새로운 식문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브랜드를 지향하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전 세계에서 우유 값이 가장 비싼 나라 중 하나"라며 "비싼 우유 값과 수급 불균형의 피해는 결국 유업체일 수 있는데 이런 불황 속에서 국내 대표 유업체가 어떻게 이번 위기를 극복해나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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