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킹-다루스만, 김정은 ICC 제소 의지 피력
방한한 미국 북한인권특사와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특별대담
한국을 방문한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와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의지를 피력했다.
통일연구원 주최로 13일 서울 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4회 샤이오 인권포럼’에 참석한 두 사람은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와 함께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평가와 실질적 개선방안’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대담에서 이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다루스만 보고관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내주 유엔총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유엔의 시스템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도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총회에 상정돼 통과되면 이후에 어떻게 유엔 안보리에 전달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북한인권 문제는 현재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안보리에서 이 문제가 통과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다루스만 보고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결의안 처리 반대 움직임에 대해서도 “중국이 ICC 회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중국은 사실상 해당 보고서에 대해 노코멘트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결의안 채택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유엔총회는 2005년 이후 해마다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해왔다. 특히 올해 결의안 초안으로 COI가 제출한 보고서가 채택됐으며, 내용 중에 ‘북한 최고위층에 의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인권유린이 자행됐다’(7항)와 ‘북한의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유엔 안보리에 권고한다’(8항)는 내용이 담겨 주목받고 있다.
유엔에서 처음으로 북한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고, 북한에 인권 사태를 불러온 책임자들을 제재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COI 보고서는 지난 6일 유엔총회에서 인권을 담당하는 제3위원회에 제출됐으며, 제3위원회는 이르면 18일쯤 회의를 열고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이례적으로 자체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인권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반응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킹 특사는 “과거에는 북한이 국제사회가 인권 문제를 제기해도 무시해왔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유엔에서 실시하는 정기적인 보고서 제출 의무를 북한이 수행한 것은 5년 전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다른 국가와 똑같은 원칙에 따라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킹 특사는 이어 “특히 북한이 장애인 권리보호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일치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주장하는 등 과거와 다른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는 것 자체가 그동안 북한의 행위가 국제사회의 우려를 받을 만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도 “일련의 사건을 보면 북한의 반응에 변화가 있다. 인권 문제가 북한의 아킬레스건임을 알 수 있다”면서 “과거 4회에 걸친 유엔 제재와 결의가 있었지만 올해와 같은 반응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실태를 다루는 방식과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이는 긍정적인 신호이며, 북한 인권에 변화를 가져올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그동안 유엔 안보리에서 10번 정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는 160번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중국은 많이 행사하지 않았다”면서 “바라건대 중국이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다루스만 보고관은 추후 서울에 설치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와 관련해 “현장 사무소가 열리면 북한 지도부의 정책 입안 및 결정 과정, 관료들의 임명 과정 등을 심도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또 해외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으며, 특히 북러 국경지대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지 조사해보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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