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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도전의 연속이던 야구인생 ‘후회 없이 떠난다’


입력 2014.11.18 10:09 수정 2014.11.18 10:13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17일 LG 관계자 만나 은퇴 의사 밝혀

메이저리그·한국 오가며 의미 있는 발자취

김선우가 17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 LG 트윈스

'써니' 김선우(37·LG 트윈스)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김선우는 17일 LG 구단 사무실을 찾아 관계자들에게 은퇴 결심을 전했다. 다음 시즌 김선우를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하고 있던 LG도 김선우의 의사를 존중했다.

김선우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시대를 연 1세대로 꼽힌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1990년대 처음 메이저리그의 문을 열자 김선우·김병현·서재응·최희섭·봉중근 등이 잇달아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김선우는 한때 한국인 선수의 열풍을 주도한 주역이었다.

김선우는 고려대 2학년이던 1997년 보스턴에 입단하며 미국무대에 진출했고 빅리그에는 2001년 처음으로 데뷔했다. 이후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2002~2005년), 콜로라도 로키스(2005~2006년), 신시내티 레즈(2006년) 등을 거쳤고 2007년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 계약을 끝으로 더 이상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김선우는 미국 무대에서 10년간 활약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6시즌 간 118경기(선발 38회)에 출전해 13승 13패 평균자책점 5.31의 성적을 기록했다.

최고의 순간은 콜로라도 시절이었던 2005년 9월 24일이다. 당시 김선우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3안타 1볼넷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던 쿠어스 필드 구장에서 따낸 영광이기에 더욱 값졌다. 2006년에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국가대표팀에 합류해 4강 신화로 병역 혜택을 받기도 했다.

한 시대를 호령한 박찬호나 김병현에 비하면 김선우의 빅리그 경력은 순탄하지 않았다. 간간이 번뜩이는 순간도 있었으나 한때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유망주로 꼽혔던 기대치를 감안할 때 다소 아쉬운 성적표였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수준 차를 절감하는 대표적인 사례로도 꼽힌다.

하지만 지금도 해마다 수많은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의 문턱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좌절하는 일이 더 빈번하다. 빅리그에서 6년 이상을 버티며 100경기 이상을 출전했고 투수들의 꿈인 완봉승의 맛도 경험한 김선우는 분명히 후회 없이 도전했고 스스로의 힘으로 꿈을 이룬 선수였다.

김선우는 2008년 해외파 특별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하며 국내에 복귀했다. 2013년까지 6년 동안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2009~2011년에는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생애 최고의 시즌이던 2011년에는 16승 7패 평균자책점 3.13으로 국내 최정상급 우완으로 군림했다. 국내 무대로 복귀해 대체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메이저리거 출신 중에서는 봉중근(LG)과 함께 최고의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2012년부터 조금씩 하향세를 타기 시작한 김선우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두산으로부터 은퇴와 함께 코치직을 제안 받았다. 현역 생활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김선우는 이를 거절하고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같은 서울 연고의 라이벌 팀 LG로 이적한 것은 팬들에게서 엇갈린 반응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선우는 올해 LG에서도 많은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두산과의 개막전에 선발로 나서 3.1이닝 4실점한 뒤 2군에 내려갔고 4월에 다시 등판한 NC전에서 1.1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뒤 더 이상 기회를 얻지 못하고 2군에만 머물렀다.

어떤 이들은 김선우가 두산에서 명예롭게 은퇴했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됐지만 결과론은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뿐이다.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세상에는 해보고 후회하는 일도 있고, 해보지 않아서 후회하는 일도 있다. 김선우는 전자를 택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감수한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김선우는 최선을 다했고 떠날 순간임을 직감하자 스스로의 의지로 글러브를 벗었다. 때로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도 인생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김선우의 은퇴는 최희섭, 김병현, 서재응 등 아직 현역으로 남아 있는 메이저리그 1세대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지난 시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에 그쳤다. 이들에게도 어느덧 아름다운 마무리를 고민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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