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북인권결의안, 중국이 반대안할 가능성은...
커비 전 COI 위원장 "중-러 거부권 행사할거라 예단해선 안돼"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나온 지 10년만에 처음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라는 어휘가 채택된 것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유엔 제3위원회가 통과시킨 결의안에 포함된 ‘최고위층 정책에 따른 인도에 반하는 죄 자행’과 ‘인권 상황의 ICC 회부 및 가장 책임있는 자들에 대한 표적 제재’ 때문이다.
이번 결의안은 내달 15일에 열릴 유엔 총회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하지만 실제로 ICC 회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중국, 러시아의 반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결의안만으로도 북한 지도층에 대한 ‘표적 제재’는 가능하다. 즉 지난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된 제재 조치 이상의 것이 나올 수 있다.
가령 최고책임자에 대한 ‘유엔 회원국들의 입국거부 조치’가 이뤄진다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해외 방문은 힘들어진다. 이 밖에 북한의 해외 계좌 동결이나 특정 물품 수출입 금지 조치 등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유엔 회원국들이 할 수 있는 조치에는 자국에 있는 북한인 노동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임금 착취를 막는 일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의 해외 노동자들이 하루 15시간의 중노동을 하지만 임금 중 90%를 당에서 착복해 ‘현대판 노예’와 다름없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 김정은 체제 들어 외화벌이를 위한 노동력 해외 파견 규모가 급상승한 만큼 각국에서 북한인 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지급 원칙을 시행할 수만 있다면 노동자들의 인권 개선은 물론 당장 북한 당국의 달러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구나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안보리까지 무난히 통과한다면 ICC 제소 당사자가 ‘북한 인권’이 아니라 ‘김정은’으로 바뀔 수도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소추관의 심사가 개시되고, 심사 과정에서 특정 인물을 지목해 회부하는 조치가 취해진다면 실제로 김정은을 국제 법정에 회부할 수가 있다.
안보리 통과에는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반대가 없어야 하고, 이번 제3위원회 표결에서도 중국, 러시아 두 곳의 반대가 있었던 만큼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번 표결에 반대표를 던진 중국 정부가 밝힌 이유를 볼 때 성급한 예단을 하기보다는 인권 문제에서 중국·러시아와 북한을 분리시키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이 밝힌 이유는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고 인권 문제가 다른 국가에 압력을 가하는 수단이 되는 데 대해 반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은 중국·러시아와도 달리 훨씬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결의안에서 지적했듯이 ‘이동의 자유 제한’ ‘여성, 어린이, 장애인의 권리 침해 및 이들에 대한 폭력’ ‘귀환 탈북민에 대한 처우’ 들은 북한만의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북한의 유엔 대표부는 제3위원회의 투표 당일 뉴욕 본부에서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두고 보면 안다”며 외교적 관례상 찾아보기 힘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이어 북한 외무성도 20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새로운 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는 “인권결의안은 미국의 무력도발 명분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만큼 북한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을 자신들의 체제 붕괴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에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2명을 석방시키기 위해 방북한 클래퍼 미국 정부국장은 “북한 관리들의 발언 속에 일종의 제도적 편집증이 있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는 또 “만찬 자리에서 북한 관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북한이 스스로 포위됐다고 느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이후 안보리에서 중국이 취할 태도에 대해 중국 스스로 답을 내기를 촉구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지지한다”고 밝힌 다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예상하는 질문에 “중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를 중국 정부가 얘기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에 공을 넘겼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인권 실태 조사를 주도한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20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의 ICC 회부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단해서는 안된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