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는 '혁신 백수'? 소통 부재라지만 창구가 없다
김무성 대표는 뒷짐…의원들 초청하자 달랑 3명만
원외라 의원총회 참석 한계 이래저래 '고민중'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여러모로 답답한 상황에 빠졌다. 첫 혁신안은 당내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발에 막혔다. 여기저기서 비판은 쏟아지지만 힘을 실어줘야 할 김무성 대표조차 뒤로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더구나 뚜렷한 소통창구조차 없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의원총회에서 혁신위가 마련한 총9개의 혁신안을 보고했다. 이 가운데 7개는 의원들의 동의를 얻었지만 2개가 문제였다. 일부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전체 혁신안 채택 자체가 미뤄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혁신안에 반대한 의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갖기 위해 지난 24일 간담회를 가졌지만 막상 참석한 의원은 3명뿐이었다. 이들마저도 소통보다는 “혁신위는 혁신을 지향하는 사람들, 의총에 나온 의원들은 반혁신파로 양분됐다”며 김 위원장을 몰아붙였다.
인신공격까지도 나왔다. 김태흠 의원은 “다음 대선에서 대권 후보로 나오는 사람을 위원장으로 왜 앉히는가. 이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야 할 김 대표조차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는 지난 20일 “혁신위 안 중에 일부 수정해서 다음 주 초에 거의 원안에 가까운 혁신안을 확정해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지만 26일 현재까지 의원총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오는 12월 2일 처리시한을 앞둔 2015년도 예산안과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원내지도부가 혁신안 통과를 위한 의원총회 개최에 신경 쓸 여력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김 대표의 장담과 달리 의원총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김 위원장이 혁신위의 원안 통과를 고수한 반면 김 대표는 “반대 의견을 잘 수렴해서 조금 미세조정을 하겠다”고 주장해 양측의 입장에는 미묘한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더욱 답답한 것은 ‘원외 위원장’이라는 신분이다. ‘원내’가 아니다보니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24일 간담회에서 의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부분은 ‘소통 문제’다. 혁신위가 혁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고 일방적인 통보를 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었다.
현재 새누리당의 의석수는 총 158석이다. 김 위원장이 이들과 일일이 만나서 소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가장 최선의 방법은 의원총회에서 발언권을 얻어 혁신위의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방법이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새누리당 당헌·당규는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의원총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기본적으로 의원총회에는 현역 의원만이 참석할 수 있고, 원외 인사인 김 위원장에게는 참석 권한이 없다.
물론 지난 혁신안 보고를 위한 의원총회처럼 별도의 예외사항을 둘 수도 있지만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도 간담회에서 “내가 당내 의원들과 같이 식사도 하고 말도 듣고 하는데 의원들을 한꺼번에 많이 모시는 게 굉장히 어렵다”며 “내가 현역 의원이 아니다보니 의총에 참석권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당 운영시스템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의원들 보기가 어렵고 말을 듣기도 어려운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도 2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원외이기 때문에 바깥에서 냉철한 시선으로 혁신안을 주도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다소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당의 지원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혁신 백수’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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