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는 깜깜이?...비씨카드의 엉터리 고시
지난해 4분기(누적) DCDS 총채무액 3분기보다 2조6000억원 이상 적어
DCDS로 챙긴 수수료 160억원, 실제 보상한 금액 13억원 '봉이 김선달식 영업'
연말정산 오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비씨카드가 지난해 공시자료 조차 잘못 기재한 사실이 확인됐다.
10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자료를 보면 비씨카드의 지난해 채무면제·유예상품(DCDS) 총채무액은 3679억원이다.
DCDS는 신용카드사가 매월 회원으로부터 일정률의 수수료(결제금액의 약 0.5% 수준)를 받고 회원에게 사망, 질병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빚을 면제해주거나 유예해주는 상품이다. 사실상 카드빚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DCDS 총채무액은 회원의 결제금액이다. 예컨대 지난해 비씨카드로 1000만원을 결제했다면, 이 회원에 대한 총채무액은 1000만원이 된다. 이에 총채무액은 카드이용자가 사망했거나 질병에 걸려 카드빚을 갚기 어려워졌을 때 보장받는 금액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비씨카드의 DCDS 총채무액은 3조170억원이다. 결국 4분기까지 DCDS 총채무액이 3679억원이라는 비씨카드의 공시자료는 엉터리다. 조금이라도 증가해야 하는 숫자를 2조6491억원이나 줄었다고 공시한 것이다. 공시자료를 그대로 해석하면 총채무액이 줄어 회원에게 보장할 금액도 줄었다는 얘기가 된다.
아울러 지난해 비씨카드가 DCDS 상품으로 회원에게 걷어드린 금액(수입 수수료)은 160억원이다. 이중 보험사에 지급한 보험료(CLIP)는 26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DCDS에 가입한 회원에게 실제 보상금을 지급한 금액은 13억원이다. 회원에게 미래에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상품에 가입하라고 권유해 160억원을 챙겼는데, 이를 통해 지급한 보상금은 고작 8.12%(13억원/160억원×100)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누가 봐도 봉이 김선달식 영업이다.
더구나 DCDS는 소비자 불만이 많은 상품이다. 이는 카드사가 DCDS 상품 판매를 텔레마케팅(TM) 채널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DCDS 관련 민원은 15건에 불과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53건, 2012년 105건으로 해마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민원 대부분이 회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가입시켰거나 무료서비스로 오인하도록 불완전 판매했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DCDS는 공시 대상에 포함돼 소비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게 돼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DCDS 상품공시는 개별 카드사가 직접 올린 것"이라며 "카드사 내부 자료이기 때문에 협회 차원에서는 이 자료의 정확성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문제가 확인된 만큼 앞으로 협회는 카드사 공시자료에 문제가 없는 지 정확성을 따져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비씨카드는 기자가 확인을 요청하고 나서야 잘못된 공시자료가 올라간 사실을 인지하고 정확한 문제 원인을 파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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