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탈 최소 7표 뒤에 숨은 당심의 의미는
"150표 이상" 예상 깨고 마지노에 불과 7표 차이
정가 "향후 여권 단일대오 더욱 힘들 조짐" 분석도
두 명의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라는 우여곡절 끝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통과로 세 번째 낙마는 면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번 표결로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상처뿐인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통과”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여야는 16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갔다. 당초 야당의 반대로 여당의 단독처리가 예상됐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표결 참여를 결정하면서 여야 표 대결이 이뤄졌다.
정치권에서는 ‘야당 소속 충청권 의원들의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새누리당 의원 155명이 투표에 참여했지만 찬성표가 148표에 그친 것이다. 새누리당에서 최소 7표의 이탈표가 발생한 것으로 야당의 이탈표를 감안할 때 그보다 더 많은 표가 이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내부 결속에 사활을 걸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이 후보자까지 낙마할 경우 국정 동력 상실은 물론 1년 앞으로 다가올 총선까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정부와 여당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한 듯 김 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 지도부는 본회의를 앞두고 두차례의 의원총회를 갖는 등 출석을 독려하며 표 단속에 나섰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다른 할 말은 없고, 오늘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드시 표결처리가 돼야하고, 의원님들 절대다수의 동의를 받아서 무사히, 무난히 인준처리가 되는 것으로 최고위원들도 뜻을 모았다”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인준을 계기로 새로운 더 큰 변화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집권여당과 박근혜 정부는 공동운명체이면서 원 패밀리”라고 이 후보자의 인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지도부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이탈표는 발생했다. 김 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 개인의 소신이 발휘된 것으로 민주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것”이라고 과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상당한 정치적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가까스로 겨우 리더십의 관문을 통과한 셈”이라며 “두 사람 입장에서는 ‘그나마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만신창이뿐인 외줄타기 통과였다”고 지적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도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첫 시험대를 통과했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상처를 입었다”면서 “뿐만 아니라 이 후보자는 여당에서도 비토를 받는 후보가 되면서 정부와 새누리당이 모두 상당히 상처를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번 표결을 계기로 한동안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친이계’ 이재오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의(大義)와 소리(小利)가 충돌할 때는 군자는 대의를 택하고 소인은 소리를 택한다. 정치인은 마땅히 대의를 택해야 한다”며 이 후보자의 임명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친박계에서 이 의원의 발언을 ‘이탈표의 신호탄’으로 인식할 경우 친박계와, 친이계가 포함된 비박계 간의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20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당내 갈등이 재발하면 그 여파는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도 있다.
최 소장은 “절박한 시기에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이 얼만나 컸는지, 당 내부에서 계파간 갈등구조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그나마 아직까지는 박근혜 정부가 완전히 망가지기를 바라지 않는 일말의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통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정말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며 “특히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 이번 표결을 뼈 아프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언제 레임덕이라는 큰 일이 터질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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