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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꾼 테이크아웃, 스타벅스가 원조라구?


입력 2015.05.01 10:46 수정 2015.05.01 10:52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용성' 자유의 라이프 스타일 강화

2006년 여름, 대한민국은 갑자기 된장녀 논란에 휩싸였다. 된장녀는 허영의식으로 똘똘 뭉친 여성으로 규정되었고, 특히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여성들이 그 타켓이 되었다. 된장녀라 불리는 여성들은 커피를 종이컵에 담아 들고 다니며 마셨다. 당시만 해도 이렇게 커피잔을 들고 다니며 마시는 행태가 낯설기만 했고, 심지어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더구나 음식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50, 60대 남성들도 커피를 들고 다니면서 마신다. 이른바 테이크 아웃 잔으로 커피를 마신다. 이제는 테이크 아웃(Take Out)이  단지 커피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나 배달식품으로 확산되었고, 테이크아웃형 비빔밥도 생겼다. 테이크 아웃 미디어(Take-out Media), 테이크아웃 TV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 얼마나 호응이 컸으면, 이렇게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분야에까지 확산될까 싶다.

된장녀의 사례도 들었지만, 테이크 아웃(take-out) 서비스는 스타벅스가 만들어낸 것으로 생각되기 쉬웠다. 스타벅스의 한 종업원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를 만들어낸 것으로 볼 수가 있다고 한다. 이에 스타벅스가 테이크 아웃 서비스를 주도했고, 테이크 아웃으로 세계 최대의 커피 전문점을 만들어 냈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원래 테이크 아웃 서비스는 햄버거같은 패스트푸드 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체계화해냈다. 햄버거와 콜라, 그리고 감자튀김을 포장해서 집이나 직장, 자동차에서 먹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런 테이크 아웃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 현대사회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뤘다.

서울 중구에 소재한 스타벅스 매장.ⓒ연합뉴스

프랑스같은 나라에서는 주로 빵만 테이크 아웃에 해당되었다. 커피같은 음료는 철저하게 카페에서만 즐기는 것이 문화적 인식이었다. 그렇기에 스타벅스가 프랑스에 진출했을 때 프랑스 사람은 놀랐다고 한다. 왜냐하면 커피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대화할 때 즐기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햄버거 매장에서는 커피나 콜라 그리고 햄버거와 감자 튀김 등 다른 메뉴도 테이크 아웃하도록 했다.

이러한 테이크 아웃 라이프 스타일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어디서든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른바 편리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것이었다. 이는 공간적 시간적 자유를 내포했다. 그것은 의식의 해방을 의미했다. 식당에서만 음식을 먹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몸의 해방이기도 했다. 식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곳에서 기다린다는 것은 개개인의 몸을 구속하는 셈이 된다. 테이크 아웃은 식당의 시스템에 구속되기보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커피에서 진화한 테이크 아웃은 자유의 라이프 스타일을 강화했다.

테이크 아웃은 단지 음식이나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취향을 반영하는 것을 의미했다. 음식을 들고 다니는 것이 낯설고 이질적이었던 것을 친숙하게 만들었던 이유였다. 물질적인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향유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앞서가는 세련된 문화를 향유하는 계층으로 간주하게 했다.

스타벅스가 테이크 아웃을 품격있는 문화로 격상시켜 많은 고객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테이크 아웃 포장재는 일회용 소비품에 머물지 않았고, 개인들이 소유하는 문화적 액세서리였다. 그 액세서리는 자신의 정체성과 의식을 담아 표현하는 중요한 상징기호였다.

그렇기에 갈수록 테이크 아웃 용기의 디자인은 문화적 그리고 예술적인 기호를 한층 담아냈다. 테이크 아웃이 하나의 패션이 되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개성과 독창성을 지닌 디자인과 캐릭터를 다채롭게 선보인다. 계절이나 의미있는 날에 맞추어 색상이나 분위기의 남다른 면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아예 유명 아티스트와 작품화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테이크 아웃의 원조를 동네 중국집이나 국밥집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배달도 해주지만, 빈그릇을 가지고 가면 1인분을 2인분처럼 받아 올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이때는 문화적 취향이나 기호를 입힌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소비측면에만 머물렀던 한계가 있었고, 이제는 거꾸로 테이크 아웃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한식도 테이크 아웃스타일로 해외 수출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테이크 아웃은 반드시 혼자만의 즐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끼리끼리 즐기는 문화가 테이크 아웃과 결합했기 때문이다. 원하는 사람과 같이 걷거나 사적인 공간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든 것은 사람과의 관계도 변화하도록 만들었다. 복잡한 공간을 벗어나 사적인 친밀함을 강화하는데 테이크 아웃이 기여하기도 했다.

테이크 아웃은 그 DNA가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과의 소통에 있었다. 기존의 관습이나 인식이 아니라 고객들이 무것을 원하는지 생각하고, 그것에 맞춤식으로 배려깊게 고안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테이크 아웃을 통해 고객들의 문화적 기호가 갖는 차별성의 품격을 충족할수록 더욱 브랜드 자체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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