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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 밀란 구단주 꼼수가 빚어낸 ‘인자기 비극’


입력 2015.05.01 13:05 수정 2015.05.01 13:12        데일리안 스포츠 = 박문수 객원기자

재정난 허덕이다 값싼 레전드 출신 초짜 감독 선임

팀 성적 곤두박질치며 비난 여론↑ 상처만 남아

AC 밀란의 필리포 인자기 감독이 팀 성적 부진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한 시대를 풍미한 전설적인 선수가 지도자로 변신해 현역 시절 몸 담았던 팀을 이끄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에겐 대부분 팬들의 전폭적인 성원 속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주어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것까지 용서되진 않는다. 오히려 높은 기대만큼 실망감도 커서 순식간에 역적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 AC 밀란의 사령탑 필리포 인자기 감독(42)이 대표적인 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밀란은 레전드 출신 감독 모시기에 나선 끝에 결국 인자기를 최종 낙점했다. 현역 은퇴 후 밀란의 프리마베라팀을 이끌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인자기는 동료였던 클라렌세 세도르프의 후임으로 밀란 지휘봉을 잡았다.

기대와 우려가 모두 공존했지만 인자기의 밀란은 라치오와의 개막전에서 승리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밀란은 답답함이 사라진 빠른 역습을 활용한 매끄러운 공격 전개를 보여주면서 인자기로 하여금 새로운 과르디올라를 기대하게끔 했다.

그러나 인자기의 밀란이 보여줬던 매서움은 시즌 개막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됐다.

이후 밀란은 답답한 공격 전개는 물론 제대로 된 전술적 틀마저 만들어내지 못한 채 연일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설상가상 선수단을 둘러싼 내분설까지 제기되면서 인자기를 향한 비난여론이 들끓었다.

후반기 성적은 처참함 그 자체다. '한 지붕 두 가족' 인터 밀란이 최근 부진에서 벗어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 비교돼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다.

지난 시즌에도 밀란은 레전드 출신 세도르프를 감독으로 선임했지만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특히 세도르프는 현역 생활을 이어가던 중 갑작스레 감독으로 부임한 경우였다. 인자기와 공통점은 1부리그 경험이 처음이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은 구단의 재정난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밀란의 베를루스코니 구단주는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었고, 몸값이 비싼 감독보다는 상대적으로 지출이 적으면서도 상징성과 스타성을 겸비한 레전드 감독 선임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처럼 철저한 실패로 돌아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베를루스코니 구단주는 둘에게 제2의 과르디올라를 기대했다. 감독은 현역 시절에는 팀의 간판 미드필더로 활약한 바 있으며, 감독 변신 후에는 바르셀로나의 6관왕을 이끌며 지도자로서도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는 결국 베를루스코니 구단주의 꼼수에 불과했고 오히려 위약금만 더 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결과적으로 성적은 물론 재정난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 셈이다.

박문수 기자 (pmsuzuk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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