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특허 풀어도 현대·삼성 물러설 수 없는 이유
'원조 타이틀' LNG선 수주에 영향…PRS 등 다른 특허 문제도 얽혀
대우조선해양이 LNG추진선박 핵심 기술인 고압천연가스 연료공급장치(FGSS) 특허 관련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불구,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물러서지 않고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히며 국내 조선업계 빅3간 갈등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해당 기술은 이미 지난 2월 대우조선해양이 국내에 무상 공개 및 기술이전을 결정한 상황이라 특허의 인정 여부가 국내 조선업체들에게는 아무 영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들이 항소 의지를 굽히지 않아 그 배경이 관심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지난 6일과 7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공동으로 제기한 대우조선해양의 FGSS 관련 특허 3건에 대한 무효심판에 대해 각각 기각 심결을 내렸다. 기각 심결은 제기한 측의 주장이나 청구가 정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결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판결에 대해 “FGSS의 기술력과 독창성을 국내외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이미 FGSS 관련 특허 105건을 국내에 무상 공개 및 기술이전을 하기로 해, 국내업체는 이번 승소한 특허와 관련된 침해 소송 등의 문제는 벌어지지 않을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FGSS 기술의 원조’라는 상징성은 가져가되 특허를 무기로 국내 경쟁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천연가스 추진 선박을 건조하고 있지 않지만 현대중공업은 건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 조선업체들끼리 싸우는 게 좋은 모양새는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특허 무효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특허 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이같은 행보를 단순히 ‘승자의 아량’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단 대우조선해양이 LNG추진선박 핵심 기술의 ‘원조’라는 타이틀을 가져감으로 인해 경쟁사들은 수주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천연가스 추진 선박 20척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도 6척을 추가하는 등 이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현대중공업의 경우 FGSS와 비슷한 개념의 LNG 연료공급시스템 하이가스(Hi-Gas)에 대해 특허를 냈다가 대우조선해양이 제기한 특허무효 소송에서 지난달 22일 패소하며 체면을 구긴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자체 특허는 무효가 되고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을 얻어다 쓰는 모양새가 될 경우 선주들에게 기술력으로 어필한 근거가 희박해진다.
더 큰 문제는 대형 조선 3사가 LNG추진선박 뿐 아니라 일반 LNG 수송선박에도 적용되는 핵심 기술인 ‘부분재액화장치(PRS)’ 특허를 놓고도 분쟁을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FGSS와 PRS는 전혀 다른 기술이지만, 국내 업체간 특허 분쟁을 자제하기 위해 마련된 협상 테이블에서 두 사안이 함께 언급됐던 만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FGSS 특허 부분에서도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대우조선해양이 FGSS 특허를 공개하기 전에 3사가 소송 취하 관련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경쟁사들에게 “FGSS 특허를 공개할 테니 특허 소송을 취하하라”고 제안했으나 경쟁사들이 PRS 특허도 풀 것을 요구하면서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의 PRS 특허에 대해서도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계간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FGSS 특허만 공개하겠다고 발표하며 ‘동반성장’ 운운한 부분에 대해서도 경쟁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특허를 어떻게 풀 것인지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월 일방적으로 FGSS 특허만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며 “경쟁사들로서는 일방적인 발표 내용만 믿고 분쟁을 끝낼 수는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우조선해양이 특허를 풀지 않은) PRS 특허 문제도 얽혀 있는 만큼 이번 FGSS 특허 관련 소송에서도 경쟁사들이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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