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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앞 세종대왕 동상 세우고 제왕적 대통령은 싫다?


입력 2015.05.10 09:38 수정 2015.05.10 09:48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개헌할 때 꼭 해야할 것 5가지

서울 광화문 광장 앞 세종대왕상.ⓒ연합뉴스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높이 4.2 m의 기단 위에 설치된 높이 6.2 m, 폭 4.3 m의 커다란 세종 좌상이 있다. 이 세종 좌상 옆으로 청와대를 바라보면서, 우리 대통령이 세종을 닮은 제왕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국민이 얼마나 많은가.

大統領이란 용어를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국에서 ‘대통령’은 유일무이한 존재다. 統領도 없는데 大통령이 있다. 왕조시대의 의식이 아직 잔재하는 한국에서, 대통령은 왕조시대의 통치자 제왕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호칭이다(자유민주주의 선진국인 미국의 Mr. President는 무수한 President 중의 한 사람이다).

세종대왕과 같은 대통령을 바라는 국민이 적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은 오히려 ‘제왕적 대통령’을 문제 삼는다. 대통령 임기를 바꾸거나 권력구조를 개편하여, 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다루자는 개헌 논의가 수시로 출몰한다.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제로 바꾸면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을 막을 수 있을까. 러시아의 블라드미르 푸틴은 어떤가. 푸틴은 48세이던 2000년 대통령에 선출되어 4년 임기를 두 번 연임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곧바로 4년간의 국무총리에 취임하고, 재임 중에, 헌법을 개정하여 대통령 임기를 6년 중임제로 바꾸고는, 2012년 다시 대통령에 당선되어 6년제 대통령 자리에 앉아있다. 2018년에 또 재선된다면 전부 20년 동안(실질적으로는 24년) 대통령을 하는 셈이 된다.

미국과 같은 합중국, 스위스와 같은 연방제로 바꾸어 실질적 지방자치를 구현하면 어떨까.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분산시키고,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를 ‘통령’으로 하는 연방제로 개편하여 지방분권화하면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을 막을 수 있을까.

헌법을 고치기로 한다면, 대통령 임기나 권력 구조에 한정하지 말고, 헌법 전체를 들여다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먼저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할 것인가, 내각책임제로 바꿀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하면서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축소하기로 한다면, 헌법 제52조와 제43조부터 개정해야 할 것이다.

1) 법률안은 국회의원만 제출할 수 있도록 한다.

[헌법 제52조]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

현재 입법부가 아닌 행정부가 직접 국회에 법률안 제출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이는 삼권분립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자의적 법제를 통해 행정부가 권력을 남용하게 된다. 법제처는 현행대로 행정부에 두더라도,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는 반드시 국회의원을 거치도록 하여, 정부 권한을 축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 헌법 제52조 개정안 > 국회의원은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

2)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지한다.

[헌법 제43조]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

한국은 내각책임제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입법부의 국회의원을 차출하여 행정부의 국무위원 직에 겸직시킬 수 있다. 장관 한 자리 얻고 싶어서 목을 빼고 있는 해바라기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2015년 2월 12일 현재 부총리 2명이 국회의원 직을 겸하고 있고, 국무총리 역시 국회의원이 겸하게 될 것이다. 우리도 미국처럼,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이 되려면 국회의원 직부터 사퇴하도록 해야 한다.

< 헌법 제43조 개정안 > 국회의원은 국무위원을 비롯하여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권한 축소를 위한 개헌을 논의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에게는 국무의원을 의중대로 임명할 수 있는 권한조차 제약된다. 국회 청문회라는 관문 때문이다. 국무위원 직의 수행능력과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의 사생활은 물론 가족의 사생활까지 시시콜콜 공개하는 청문회라는 제도로 인해, 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위원 후보자가 낙마하기 일쑤다. 이런 측면에서는 국회의원의 막강한 권한이 오히려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현직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2011년 12월 27일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의 포기를 선언한 적이 있다. 이를 실현하려면 헌법 제44조를 개정해야 한다.

3)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제거한다.

[헌법 제44조] ①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②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헌법 제44조를 개정하여 국회의원의 특권을 배제하는 동시에, 동시에 국회의원의 품위 유지와 관련하여 헌법 제45조도 개정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45조]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 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이라 하더라도, 국회의원의 품위를 현저하게 손상시키는 발언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 의회였다면 제명될 수준의 막말을 서슴지 않는 자가 계속 국회의원 직을 유지한다는 건 한국 국회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4) 헌법 제9장 경제 조항(119-127조)을 삭제한다.

헌법을 포괄적으로 개정하기로 한다면, 국가 경제의 원활한 발전을 위해서는, 권력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헌법 제9장 경제 조항(119-127조)을 완전히 삭제해야 할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헌법에 경제 관련 조항이 없다.

[헌법 제119조] ①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 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 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 제119조는 ①과 ②가 이율배반적이다. ①항은 경제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지만, ②항에서는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를 강조한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란 이름의 비민주적 경제 통제가 이 헌법 조항에 근거한다. 한국엔 경제 관련 규제가 유달리 많고, 경제자유도가 국제적으로 낮다.

최근 ‘창조경제’란 용어가 유행하지만, 경제는 원래 창조적이다. 창조적이 아닌 경제는 발전하지 못하고 쇠퇴한다. 경제의 창조성이 발휘되려면 경제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의 지휘통제 하에서는 경제의 창조성이 발휘될 수 없다.

한국 경제가 발전하여,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수준에 이르는 선진국에 접근하고, 국가 세수가 증가하여 복지국가의 기본인 사회기반시설을 충분히 확충할 수 있으려면, 경제 관련 규제가 철폐되어야 한다. 경제자유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경제가 발전한다. 경제와 관련하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경제상황이 정상적이라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놓고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경제상황이 불황기라면, 적절한 수준의 재정출동에 의해 부족한 수요를 보충하는 일이 정부가 할 일이다.

역사의 발전과정은 자유의 확대과정이다. 사회의 선진화 과정은 사상과 이념의 장벽을 허물어가는 과정이다. 장벽이 없는 자유로운 사회라야 비로소 사람들의 두뇌회전이 자유로워져서 창의성이 발휘되고 경제가 발전하며 삶의 질이 향상된다. 이런 관점에서는 기본적으로 헌법 제19조를 개정하여 사상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

5) 사상의 자유를 보장한다.

한국 헌법에는 ‘사상’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헌법 제19조를 개정하여, 양심의 자유와 함께 사장의 자유를 완전 보장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구축하도록 한다.

[헌법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 헌법 제19 개정안 > 모든 국민의 사상 및 양심의 자유는,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는 남북 분단 상황이 ‘사상의 자유’를 제약했지만, 사상의 대결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라 하겠다. 현재의 남북대결이나 ‘종북’의 문제는 더 이상 사상적 대결 문제에 귀속되지 않는다. 한국과 국교를 정상화한 중국과 베트남 정부는 공산당 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일본에는 정당 중에 공산당이 있다. 북한에서는 공산당이란 명칭이 이미 1949년에 사라졌다.

자유사회는 사상의 다양성을 존중한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될 때 비로소 한국 사회도 찬반 대립의 불통사회에서 난상토의(爛商討議)의 소통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 제19조를 개정하여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야 비로소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모든 자유의 개념이 확립될 수 있다. 세상에는 언제나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들어 노력한다. 손해 보는 사람도 생기고, 이득을 챙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휘통제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유사회라야 비로소 사람들의 창의성이 발휘되어 문제가 해결되고, 세상은 문제 발생 이전보다 살기가 훨씬 좋아진다. '사람이 근본자원'이라는 줄리언 사이먼의 말이다.

글/조영일 연세대 명예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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