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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민망해진 김상곤식 계파 청산


입력 2015.06.17 14:16 수정 2015.06.17 14:21        이슬기 기자

당내서도 "박지원, 조경태 끌어들였으니 본보기 청산 되겠나"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이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당권재민 혁신위원 상견례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상곤식 계파 청산 엄포령이 시작부터 민망해진 모습이다. 당내 주류 계파인 친노계 김경협 의원의 ‘비노 세작’ 발언이 논란이 되자, 박지원 의원과 비주류 조경태 의원의 발언까지 문제삼아 “혁신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규정, 결과적으로 친노를 두둔하는 모양새로 비치며 내분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된 탓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지난 15일 오전 최고위원회와의 상견례 자리에서 “비노는 새누리당의 세작(간첩)”이라는 김경협 의원의 발언과 “혁신위원들은 문재인 대표의 전위부대”(조경태 의원), “현재 새정치연합 내 최소 4개 그룹에서 분당이나 신당 창당을 준비 중”(박지원 의원)이라는 발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런 말들이야말로 바로 반(反) 혁신이며 혁신의 장애물"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지금 우리 당은 갈라진 국민과 당원의 가슴에 다시 소금을 뿌리고 있다. 우리가 한 마음으로 뜻을 모아도 부족할 지금, 불신과 분열의 막말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혁신을 반대하는 그 어떤 사람이나 세력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혁신위는 해당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잣대를 세우겠다. 공직선거는 물론, 당직 인사에 있어서 해당 행위자는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 당내 가장 민감한 사안인 ‘공천 불이익’을 직접 언급하는 한편, 당 기강 확립을 제1의 혁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친노 핵심 인사로 꼽히는 김 의원의 경우, 지난 2월 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수석사무부총장 인선 과정에서부터 ‘친노계의 공천 장악’이라는 비판을 수차례 받은 바 있다. 당시 비노계 인사들은 “탕평 인사 하겠다더니 역시 친노 핵심 측근을 앉혔다”며 문 대표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고, 전당대회 과정에서 폭발한 계파 갈등에 또다시 기름을 붓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그런 김 의원이 ‘세작’ 발언으로 비노계의 심기를 건드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대처법은 그야말로 수습 불가상태를 만든 ‘결정적 한방’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당 혁신위의 출범 자체가 주류 대 비주류 구도로 굳어진 친노·비노 갈등을 해결해보자는 목적이었던 만큼, ‘계파 청산’ 본보기 차원에서라도 주류인 김 의원의 막말에 대한 훈계와 징계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칼날은 김 의원에만 그치지 않고, 비노계 호남 중진인 박 의원과 그간 문 대표에 날을 세워왔던 조 의원을 ‘한통 속’으로 묶었고, 정채웅 혁신위 대변인도 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발언"이라며 비판기조를 분명히 드러냈다. 여기에 문 대표가 신임 사무총장직에 범친노로 분류되는 최재성 의원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혁신위와 문 대표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강공에 대해 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실제 당내·외에서 일어나는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한 것을 막말·분열이라고 한다면, 분열의 조짐에 대한 심각성이나 분열을 막으려는 노력도 말아야 하는지 의구심조차 든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조 의원도 “김경협 의원을 출당조치 시키면 혁신위의 진정성을 믿어주겠다”며 “혁신위원의 면면을 보면 모두 친노 아니면 범친노다. 혁신대상 1호가 친노 패권 세력 척결인데, 혁신위를 친노, 범친노로 구성하면서 무슨 혁신을 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 의원은 앞서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비노계를 겨냥해 "새누리 세작들이 당에 들어와 당을 붕괴시키려하다가 들통났다"는 글을 게재했다가 당 안팎의 비난을 받았다. 파문이 거세지자 그는 15일 “트위터란 공간에서 사적 논쟁이라도 표현은 신중하게 했어야 한다. 그것은 분명히 제가 좀 인정해야 되고 과했던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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