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국정원 해킹'에 물만난 안철수 '속도조절' 왜?


입력 2015.07.22 09:40 수정 2015.07.22 09:43        이슬기 기자

'정쟁' 프레임 거리두고 대여공세도 경계, 자료 제출 요구 등 전문성에 초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21일 국회 대표실에서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물’ 만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화려한 재기를 노리며 부상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불법 해킹 프로그램 구입 및 사찰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력을 해당 의혹에 집중시키는 한편 IT 전문가인 안 의원이 당내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직을 맡은 것이다. 다만 여당의 '정쟁' 프레임에 갇힐 것을 우려해 속도조절을 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연일 대여공세에 화력을 집중하는 지도부와는 확연한 온도차를 보인다. 지도부는 국정원이 ‘국내 일반인 사찰’을 위해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했다는 것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맹공을 펴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들은 조지오웰 소설의 ‘빅브라더’가 2015년 대한민국에서 ‘빅시스터’로 재현되는 감시사회를 두려워한다”며 “대국민 사찰이 없었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못 박았다.

당 차원의 기조 역시 ‘국정원 사찰 의혹’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우선 당대표회의실 뒷면 배경부터 ‘국민의 정보인권, 우리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문구로 바꾸고,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 연석 회의를 여는가 하면, 문재인 대표와 이 원내대표 모두 각종 공식 회의석상마다 ‘국정원 사찰 의혹’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대여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일단 ‘증거’먼저 찾은 후에 칼을 들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RCS(원격조정시스템) 운용에 대한 테스트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로그파일 원본과 △RCS 구매 내역 △규정(법령) △나나테크 △배포 △사망한 직원 △국정원 프로세스 등 7개 분야 총 30개 항목의 자료 제출을 국정원 측에 요구했으나, 요청 자료에 대한 설명에 그쳤을 뿐 공격성 짙은 발언은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15일 위원장직을 수락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지금은 증거 없이 속단하거나 반박하기에는 이르다. 중요한 것은 가급적 빨리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등 국정원의 해킹 의혹을 사실로 전제하고 공세를 펼치는 지도부와는 거리를 뒀다.

이틀 뒤 열린 최고위원회와의 연석회의에서도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이런 싸움이 정쟁으로 흐르지 않는 경우는 드물었다. 새누리당 의원들과 국민 여러분의 참여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하며 대여공세용으로 비칠 것을 재차 경계했다.

특히 안 의원은 지난달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 번질 당시, 당 메르스대책특위위원장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고사했다. 그러던 그가 국정원 해킹 의혹이 불거지자, 당내 특위위원장 직을 곧바로 수용하면서 눈길을 끈 바 있다.

물론 안 의원 본인은 “당에 의사였던 분도 여럿 있고, 나는 복지위에서도 관련 업무를 원래 하기때문에 고사했다. 국정원 의혹 위원장은 당내 IT 전문가가 나 혼자이기 때문에 수락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시에 이미 대여공세용 이미지가 강해진 메르스와 관련한 직위를 맡는 것은 정치적 재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려있었다는 것이 당 일각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공동대표직을 그렇게 끝낸 이후 사실상 대선주자에서도 밀려나고 거의 ‘안철수 끝났다’는 분위기였는데, 이번 계기로 ‘전문가’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본인 정치가도에 기회를 만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 본인이야말로 지도부나 당내 강경파가 정부공격으로만 비춰지게 막 나가는 것을 절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서도 결국 ‘정치공세’라는 프레임으로 계속 걸고 있는데, 안철수가 증거 확보나 전문성을 내세워서 차근차근 나가지 않으면 결국 그 프레임에 또 걸리게 될 것”이라며 “본인도 그걸 알기 때문에, 이미 전염되면 손쓸 도리가 없는 메르스보다는 실질적으로 전문성을 발휘하고 밝혀낼 수 있는 해킹쪽에 아주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