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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끝낸 조선 3사, 임단협 가시밭길 시작


입력 2015.08.09 09:00 수정 2015.08.10 08:52        박영국 기자

사측 "동결" VS 노조 "기본급 12만원 이상 인상"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휴가를 앞둔 7월 30일 '사측 (임단협) 제시안 규탄, 15투쟁 승리를 위한 전체 쟁의대책위원 결의대회'를 마친 뒤 휴가 인사를 하고 있다.ⓒ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여름휴가를 끝내고 오는 10일 일제히 업무에 복귀하면서 휴가 전 마무리 짓지 못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 모두 휴가 전 임단협에서 노사간 의견 접근을 이뤄내지 못했다. 사측은 어려운 경영 상황을 들어 임금 동결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3사 노조는 일제히 12만원대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며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3사 중 노사간 대립이 가장 치열한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31일까지 25차례의 교섭을 가졌으나 양측 모두 양보안은 내놓지 않은 채 기존 입장만 고수하며 감정의 골만 깊어진 상태에서 교섭을 중단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2만7560만원 인상을 비롯, 직무환경수당 100% 상향조정, 고정성과급 250%+α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동결, 생산성 향상 격려금 100%, 안전 목표달성 격려금 100만원, 상여금 지급시기 변경 등을 제시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기본급에서부터 ‘동결’과 ‘12만원대 인상’으로 차이가 크지만, 상여금 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견해차가 크다.

사측 제시안은 상여금 800% 중 300%는 25%씩 12개월에 나눠 지급하고, 나머지 500%는 상·하반기에 각 200%, 설과 추석때 각 50%씩 지급하는 방식이다.

노조은 이에 대해 젊은 직원들의 시급을 올리는 효과를 가져와 법정 최저임금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월 지급액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도록 해 임금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 중에서는 사측이 통상임금에 일부 금액을 제외시키기 위해 분할지급안을 내놓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노조 집행부는 사측에 성과급 분할지급안을 철회할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사측은 휴가 전 마지막 교섭까지 이 안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노사간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노조 측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며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5000원 인상, 사내복지기금 50억원 출연(기존 대비 10억원 인상), 하계휴가비 150만원 인상 등을 요구한 반면, 사측은 기본급 동결에 사내복지기금은 기존과 동일한 40억원 유지, 휴가비 5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노조가 없는 삼성중공업의 경우 노동자협의회가 사측과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의견차가 큰 것은 다른 조선업체들과 마찬가지다.

노동자협의회는 기본급 12만4922 인상, 임금삭감 없는 정년연장, PI(생산성격려금) 고정급화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기본급 동결, 격려금 250만원, 임금 타결금 150만원, 설·추석 귀향비 각 30만원 등을 제시했다.

이처럼 3사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사측은 ‘임금 동결’, 노조는 ‘기본급 12만원대 인상’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어 휴가를 마치고 업무 복귀 이후부터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조의 경우 지난달 노동쟁의 조정 신청에 이어 파업 찬반투표까지 마친 상태라 당장 파업을 단행할 수 있는 법적 조건까지 갖춘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역시 지난달 교섭 결렬을 통보하며 ‘휴가 후 총력투쟁’을 선언한 상태라 쟁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임금 인상을 명분으로 회사에 피해를 입혀가면서까지 파업을 단행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자칫 여론의 역풍을 맞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올 2분기 대우조선해양은 3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고, 삼성중공업도 1조5481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영업손실이 171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지난해 3조원대 적자를 낸 뒤 올 2분기까지 적자행진을 이어가며 회복은 요원한 상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하는 건 무리”라며 “차라리 기존 임금을 유지한 상황에서 고용 보장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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