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 모델링? 자기 존재감 과시하려는 심리"
부탄가스 중학생, 미국 기자 피살 범죄자도 "조승희에 영향 받았다" 진술
지난 1일 서울 양천구의 한 중학교에서 부탄가스 폭발테러를 저지른 15살 중학생 이모 군이 범행동기로 ‘조승희’를 언급한 것과 관련, ‘조승희’가 테러범죄의 모델링 역할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미국에서 인터뷰 중이던 기자를 살해한 범인 역시 이와 같은 범행 동기를 밝힌 바 있다.
지난 2007년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 대학에 재학 중이던 조승희는 당시 인종차별에 불만을 품고 소지하고 있던 권총으로 기숙사에서 두 명을 쏘아 죽이고, 이후 수업 중이던 강의실을 오가며 총을 무차별적으로 난사한 뒤 자살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붙잡힌 이 군이 본인 입으로 ‘조승희처럼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한 것만 봐도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심리를 테러행위로 드러낸 것”이라며 “조승희라는 인물이 테러유형의 범죄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모델링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오윤성 교수는 최근 미국 기자 피살 사건의 범인 역시 “조승희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을 언급하며 주장에 힘을 실었다.
오 교수는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심리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 관찰됐는데, 자신에게 주목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즐기는 듯 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테러형 범죄들이 해외에서만 발견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두고 오 교수는 “(조승희 사건과 같은) 이런 범죄는 하나의 사례를 통해 주위 사람들에게 전파가 되고 또 그 사람의 범죄행동을 나름대로 분석해 거기서 더 진화하는 좋지 않은 특성을 갖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사안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또 이런 관심이 범죄로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저를 포함한 관련 전문가들이 관심을 높여 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이 군이 부탄가스 테러 후 동영상을 찍어 올린 것에 대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도 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올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도 그 이유”라고 전했다.
같은 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이수정 경기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이 군의 영웅심리에서 비롯된 과시현상을 지적하며, 이 심리가 발생한 것에 대해 ‘욕구불만’을 원인으로 범죄현상을 설명했다.
이수정 교수는 “이 군 본인도 과대망상이 좀 있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남들보다 조금 더 위대한 사람,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본의 아니게 전학을 가게 되면서 존재감이 없어져 욕구불만이 쌓였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에 이런 센세이셔널한 영상을 올리니 지금껏 말도 걸어주지 않던 사람들이 댓글도 올리고 질문도 하고, 계속 거기에 호응하며 자기가 얻고자 했던 존재감을 인정받았던 것이 아닌가”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결국 본인이 올린 영상이나 사람들의 댓글이 나중에 재판을 받을 때 증거가 된다”며 “이 군은 자기에게 불리하게 이용될 거라는 사실 조차도 인식하지 못 할 정도로 미성숙했던 것”이라고 피력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