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포’떼도 모비스, 만수의 걱정 결국 '엄살'
쾌조의 5연승 달리며 8승 4패로 리그 2위
우승주역 라틀리프와 문태영 이탈에도 선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라는 '만수' 유재학 감독의 걱정은 결국 엄살이었다.
올시즌 리그 선두는 고양 오리온이지만 사실상 진정한 돌풍의 팀은 2위를 달리고 있는 울산 모비스다. 지난해까지 리그 최초의 챔프전 3연패를 차지한 팀을 두고 '돌풍'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올 시즌 모비스의 전력 변화를 살펴보면 이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다.
모비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3연패의 주역들이 대거 팀을 이탈했다. 공격의 원투펀치를 담당하던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모두 팀을 떠났고, 기둥 양동근은 국가대표 차출로 시즌 초반 자리를 비워야했다. 설상가상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206cm)마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유재학 감독은 일찌감치 올시즌 '리빌딩'에 무게를 두겠다고 선언했고, 다수의 농구 전문가들도 모비스의 6강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모비스는 또다시 많은 이들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며 선전하고 있다. 모비스는 현재 쾌조의 5연승을 달리며 8승 4패로 당당히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오리온이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됐던 것과는 달리, 모비스가 이렇게까지 선전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5연승을 내달린 지난 18일 경기에서는 지난 시즌까지 모비스에서 활약했던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건재한 삼성을 74-61로 완파하며 2012년부터 이어온 특정팀 상대 최다연승 기록을 22연승으로 늘렸다. 모비스의 저력이 결코 특정 선수 한 두 명의 활약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한 대목이다.
저물지 않은 모비스 전성기의 중심에는 역시 유재학 감독이 있다. 2004년부터 팀 지휘봉을 잡으며 '모비스 왕조'를 개척한 유재학 감독은 적재적소의 용병술로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시스템 농구를 통해 모비스를 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으로 완성했다.
올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빠져나갔지만 유재학 감독은 팀의 철학을 잘 이해하고 부합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유연하게 전술의 무게추를 옮기며 팀을 재건하는데 성공했다.
3연패 시절 라틀리프와 문태영을 위해 희생하며 조연의 역할을 감수했던 함지훈은 올시즌 모비스의 중심으로 다시 거듭났다. 포인트포워드로 변신한 함지훈은 올시즌 포워드임에도 6.4개의 어시스트로 전체 1위에 오르는 등 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제 2의 전성기를 구가중이다.
라이온스의 대체선수로 합류한 아이라 클라크 역시 지난 시즌 모비스의 우승에 공헌했던 검증된 빅맨이다.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클라크는 한국무대에 복귀하마자자 여전히 건실한 골밑플레이로 단신 빅맨 커스버트 빅터와 함께 모비스의 높이에 더욱 힘을 보태주고 있다. 여기에 팀의 영혼으로 불리우던 양동근마저 국가대표 일정을 마치고 복귀해 모비스의 상승세에 날개를 달았다.
일부 선수들이 바뀌어도 모비스만의 팀컬러와 안정된 조직력은 흔들릴 줄을 모르고 있다. 선수 개인의 역량차이가 크게 작용하는 농구에서 모비스가 오랜 세월 KBL 최강팀의 위상을 지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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