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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연극 그 매력에 빠지다!


입력 2015.11.08 09:25 수정 2015.11.09 09:24        김필주 남북동행 청년나눔팀장

<기고>혈우병 때문에 겪은 좌절과 고통을 연극으로 극복

연극 서평택시의 한 장면. 오른쪽이 김필주 남북동행 청년나눔 팀장.ⓒ남북동행

통일부 인가 비영리민간단체인 남북동행(전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이 올해로 네 번째 남북청년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극을 기획·진행했다. 2012년 ‘정명-어항을 나온 다섯 물고기'를 시작으로 2013년 ‘이중사연’, 2014년 ‘오작교’ 그리고 2015년 ‘서평택시’까지 탈북 청년들은 남한의 청년들과 함께 어우러져 연극 무대를 꾸몄다. 특히 올해 연극 ‘서평택시’에는 탈북자 남매가 배우로 출연해 연기를 펼쳤다. 2006년 입국한 함경북도 새별군 출신의 김필주 씨(30)와 2007년 입국한 같은 지역 출신의 강은혜 씨(22)가 그 주인공. 데일리안은 외사촌 지간이자 이번 연극에 배우로서 공동참여한 두 사람의 연극 후기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연극의 ‘연’자도 모른 채 시작했던 연극. 냉정하고 치열한 현실 속에서 갈 길을 잃고 어둡고 외로운 방황의 터널에서 헤어나고 싶은 간절함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시작했던 연극이 어느덧 4회 째다.

연기를 전공한 배우도 아니고 자격 또한 되지 않는 내가 배우로서 4번의 무대에 서게 되다니… 참! 어쩌면 신이 내게 준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니 확실하다.

낯을 가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남들 앞에 서는 것을 편해하지도 않았던 나에게 연기는 또 하나의 도전이었고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연습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들, 남한 청년들과 소통의 문제 같은 것은 사실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선천성 혈우병 때문에 육체적인 피로를 이겨내야 하는 것. 혈우병 때문에 단 한 번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적이 없고 그로 인해 원치 않는 포기 또한 수 없이 해왔다. 혈우병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그렇다보니 나의 미래를 그려볼 수가 없었다.

너무도 암흑이었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살아갈 의욕이 사라졌었다. 그래서 잘 안다. 포기하는 것만큼 비겁한 것이 없고 포기가 잦을수록 자존감이 수직 하강한다는 것을…

간절함의 승리였을까! 다시 살아나고 싶은 욕망이었을까! 나는 연극을 통해 내면의 또 다른 나와 만나고 스스로가 추구하는 삶, 삶의 이유를 찾았다. 또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과 방법도 찾았다. 미래의 꿈과 비전이 바뀌었고 삶의 방식과 패턴도 달라졌다.

연극과 나의 만남이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4번의 무대 경험과 작품 속 인물들은 그동안에 내가 숨겨왔던 아니, 억눌러 놓았던 모습들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가두거나 억누르지 않겠다.

내가 존경하는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연극은 인생을 간략하게 배우는 것이다” 맞다! 나는 연극을 통해 나의 자존감과 존재 가치를 찾았다. 그리고 많은 것을 작품과 캐릭터 그리고 함께 호흡하던 배우들과 관객들 속에서 깨닫고 느끼며 배웠다.

연극이 무엇인지, 연기가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무대에 오르고 그 속에서 인생을 배우며 다시 살아나고 그 매력에 빠진 지 어느 덧 4회 째. 많은 관객들 앞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것은 정말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기회(행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는 금을 주고도 살수 없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다.

내 안에 나도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실제로 알지는 못해도 있을 법한 인물로, 짧지만 새롭게 그리고 특별한 인생(냉혈인, 노인, 사업가)도 살아보면서 연극의 매력과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삶을 살아본 그런 멋진 경험이다.

나에게 연극이란? 초심이다. 새로운 삶의 여행이다. 추억으로 돌아가는 삶의 휴양지다. 인생을 배우는 대학이다.

글/김필주 남북동행 청년나눔팀장(2006년 입국, 함경북도 새별군 출신)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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