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의 나라'에서 군인 홀대하는 김정은, 알고 보니...
김정은의 군부 핵심인사, 김정일 때와는 달리 당 요직까지 겸임 안해
전문가 "아직 김정은의 군부장악이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
'선군의 나라'였던 북한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김정은의 군부에 대한 '홀대'가 뚜렷해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과 김정은 집권 초기 시절, 북한의 핵심 조직인 노동당 정치국의 상무위원직, 위원직에 이름을 올려놓았던 군부 핵심세력들이 자리에서 내려오거나 군부 핵심직책의 변동이 심각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최근 통일부가 내놓은 '북한 인물정보 및 기관·단체 인명록'에 따르면 현재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위원직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군부의 핵심인사는 전무하다.
현재 상무위원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노동당 출신의 '정치군인'이고 위원직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리용무(91) 또한 총정치국장을 역임한 바 있어 '정치군인'의 색체가 뚜렷하다. 더욱이 원로라는 점에서 군부 핵심인사라 보기는 어렵다. '퇴출설'이 제기되고 있는 최룡해 전 총정치국장도 정치국 위원직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만 군부세력은 아니다. 역시 위원직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은 '군인'이 아닌 '공안세력'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나마 정치국 위원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던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도 정치국 위원직을 상실했다.
북한에서 노동당 정치국은 핵심적인 조직이다. 당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 동안 당 중앙위원회는 최고지도기관의 역할을 대행하며 당 사업을 주관한다. 이 당 중앙위원회는 1년에 1회 이상 전원회의를 소집하게 돼있으나 전원회의가 개최되지 않는 기간에는 그 권한이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와 정치국으로 위임된다. 실질적으로 노동당 내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권력기구인 셈이다.
김정일 집권 후반기와 김정은 집권 초반에는 리영호 전 총참모장이 정치국 상무위원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지만 실각했고, 김영춘·김정각 전 인민무력부장도 정치국 위원직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지만 정치국 위원직에서 내려왔다. 다만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뿐이다.
김정은 집권이후 잦은 군 핵심조직의 수장 교체도 김정은 정권의 군부홀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인민무력부장의 경우 김영춘→김정각→김격식→장정남→현영철→박영식 순으로 다섯차례 바뀌었다. 김영춘과 김정각은 노동당 정치국 위원을 겸임했었지만 그 이후 취임한 인민무력부장들은 노동당 정치국 위원급 이상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다만 김격식과 현영철만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이름을 올려놨을뿐이다.
총참모장의 경우에도 부침이 심했다. 김정은 집권이후 총참모장은 리영호→현영철→김격식→리영길 순서로 교체됐다. 리영호만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직에 이름을 올려놓은 바 있고, 이후 총참모장들은 정치국 후보위원직에 만족해야 했다.
반면 김정은 시대 총정치국장은 단 한차례만 교체됐다. 김정은이 집권하는 시기에 맞춰 총정치국장으로 임명된 최룡해와 현 총정치국장인 황병서뿐이다. 최룡해는 정치국 상무위원에 이름을 올려놨다가 현재는 정치국 위원으로 물러났으며 황병서는 정치국 상무위원직을 꿰차고 앉아 있는 북한 핵심인사다. '정치군인'만을 편애하는 김정은의 속내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안'에 "군부조직에서 바꾼 직책을 계속 바꾼다는 것은 김정은이 신뢰할만한 심복이 없다고 봐야하는 것"이라면서 "아직 김정은의 군부장악이 완벽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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