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부진에 실업자 양산에...5년짜리 면세점 허가 놔둘건가
<기자의눈>연 6000억 면세점 철수 넌센스...면세점 제도 개선안에 자동갱신 방식 도입해야
신규 오픈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 하나투어의 SM면세점은 명품 브랜드 유치는커녕 약속했던 매출 목표치도 채우기 벅찬 모습이다. 이들은 아직 그랜드오픈 전이고 이제 시작이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불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당초 HDC신라면세점은 오픈 첫 해 1조원 매출을 목표로 정한 바 있고, 여의도에 오픈한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은 초년도 5040억원 매출을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신규 면세점들의 일평균 매출은 1억원 수준(지난해 12월 기준)에 불과했다. 매장에는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많았고 유명 브랜드 유치 실적도 부진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올해 신규 면세점들의 전체 매출이 1000억원이 안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지난해 6112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2874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던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서울 시내 면세점 후속 사업자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향후 10년 이내에 세계 1위 면세점이 되겠다는 비전도 발표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이 가진 운영 노하우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롯데월드타워와의 시너지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목표치도 아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세계 1위 면세점이 탄생할 수 있었던 싹을 우리 스스로 잘라낸 꼴이다.
이로 인한 역효과는 컸다.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에 일하는 정규직원들은 하루아침에 '5년제 계약직'으로 변질됐고,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직원들은 거리에서 '1인 시위'까지 해야 할 상황에 내몰렸다.
또 신규 면세점들이 그렇게 구애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이미 월드타워점에 모두 입점해 있다. 월드타워점이 문을 닫는다고 이곳에 입점해 있는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의 명품 브랜드들이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보장도 없다. 이들은 오히려 5년 시한부인 한국 면세점 제도가 불안해 신규 출점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정부가 어쩌다가 이처럼 국가적 손실이 크고 비효율적인 면세점 제도를 만들어놨는지 곱씹어 봐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관세법에 따르면 보세판매장(면세점) 원래 취지는 '외국인의 쇼핑편의 증진을 통한 외화획득'에 있다. 즉 면세점들은 외화획득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도 외화획득에 충실히 기여하고 있는 면세점을 굳이 철수 시킬 이유가 없다.
정부는 뒤늦게 해당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 이달 안으로 면세점 제도 개선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계획안에는 면세점 특허기간 연장, 신규 특허 조건 완화, 특허 수수료 인상 등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규 특허 1~2개를 추가할 가능성과 결격 사유가 없다면 특허기간을 연장해주는 자동갱신 방식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가적 손실이 큰, 정책 실패를 두 번 다시 거듭해서는 안된다. 어느 곳에 특허를 주는 것이 '외화획득'에 더 충실할지는 신규 면세점들의 부진은 말해주고 있다. 연 400억원의 매출도 못 올리는 곳에 특허를 줄 것인지 6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곳에다 특허를 줄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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