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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시장 첫 진출한 한국야쿠르트의 '짜깁기'


입력 2016.03.21 15:24 수정 2016.03.21 17:03        김영진 기자

<기자의눈>'폴바셋' 벤치마킹 ...커피전문점과 RTD시장 잡으려다 둘 다 놓칠 수도

한국야쿠르트와 '콜드브루 by 바빈스키'를 런칭한 찰스 바빈스키 바리스타. ⓒ한국야쿠르트
이달 초 국내 발효유 시장 1위이자 건강기업을 표방하는 한국야쿠르트에서 '콜드브루 by 바빈스키(이하 바빈스키)'라는 커피 브랜드를 내놓고 커피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알려왔다. 관계사인 팔도에서 커피음료를 내고 있고 더군다나 건강기업을 표방하는 곳에서 커피음료를 낸다는 것이 좀 의아했다.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니 '신선한 커피', '프리미엄 햇원두', '유통기한 10일', '합성첨가물, 합성착향료 무첨가' 등 아주 '건강한 단어'들로 채워져 있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제품을 통해 정체돼 있는 발효유 시장을 대체하고 지속 성장하는 커피 시장으로의 편승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또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유통되는 '컵커피(RTD, Ready to Drink)'시장과도 '신선함'으로 차별화해 경쟁하겠다는 거다.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유통되는 만큼 '핫커피'가 아닌 '콜드브루'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됐다.

결국 커피 전문점 시장과 RTD 커피 시장과 모두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의 이 같은 전략에 의문이 들어 국내 커피 전문가들에게 직접 물어보며 진위를 알아봤다.

먼저 한국야쿠르트는 "그간 추출시간이 오래 걸리고, 유통과정이 까다로워 대량으로 선보이기 어려웠던 '콜드브루' 방식의 커피"라며 콜드브루 방식의 커피를 낸 배경을 밝혔다. 콜드브루는 시중에 더치커피라고 알려진 것으로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 또는 상온의 물을 이용해 우려낸 커피를 말한다.

하지만 커피 전문가들은 대기업에서는 오히려 콜드브루 방식이 더 만들기 쉬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콜드브루는 찬물로 12시간이상 추출하는 커피를 말하고 있는데 이게 시간과 온도 때문에 까다롭다는 말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실내온도 유지하고 물의 온도 맞춰 추출시간 세팅해서 추출하고 냉장차에 유통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까다롭지 않을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1년 이내의 프리미엄 햇원두'를 사용했고 유통기한도 10일 동안 하는 것도 대부분의 커피전문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커피 전문가들은 식품위생법상 커피 유효기간은 1~2년이라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에서는 1~2년 사이의 원두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원두는 기간보다 손상된 생두를 걸러내는 것이 중요하며 로스팅 된 날로부터 멀어질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바빈스키에 합성첨가물과 합성착향료를 첨가하지 않아 기존 RTD음료 보다 신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커피를 바로 추출하는 커피전문점의 커피보다 신선할 수 없으며 기존 물과 커피만 들어간 RTD 음료도 합성첨가물과 합성착항료를 첨가하지 않고 있어 큰 메리트를 찾기 힘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물과 커피 원액만 들어간 RTD음료는 생수와 같기 때문에 합성첨가물과 합성착향료를 넣지 않고도 몇 개월간 유통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왜 굳이 해외 바리스타의 이름을 가져왔느냐하는 것이다. 찰스 바빈스키는 2015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은 물론,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미국 서부 쪽에 'G&B 커피'라는 커피전문점을 2개 정도 운영하고 있다.

바빈스키는 우리나라로 치면 개인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은 바빈스키의 첫 해외 진출국이다. 바빈스키는 절대 '세계적인 바리스타'도 아니며 'G&B커피'역시 블루바틀이나 스텀프타운처럼 유명 커피 전문점이 아니다.

또 우리나라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과 같은 코리아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매년 열리고 있으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 출전하고 있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5위 까지 오른 바리스타도 있고 내년에는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이 서울에서 열릴 정도로 우리나라 바리스타들의 위상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한국야쿠르트가 미국 바리스타를 선택한 것은 사대주의적인 발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앞서 매일유업이 호주의 바리스타 이름을 딴 커피전문점 '폴바셋'을 성공시킨 점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다.

바빈스키는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차갑게만 유통할 수 있어 겨울 시즌에는 약점일 수 있다.

결국 한국야쿠르트는 폴바셋의 성공요인과 RTD시장의 단점 등을 '짜깁기'해 커피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다. 이런 방식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알 수 없다. 한국야쿠르트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야쿠르트가 내놓은 커피 브랜드 '콜드브루 by 바빈스키' ⓒ한국야쿠르트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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