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마지막 지원 유세 광주서 한 이유
"야권 대선주자로서의 호남 주도권은 놓칠 수 없는 것, 입지 공표한 셈"
20대 총선 D-1.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에 짐을 풀었다. 지난 8일에 이어 두번째 방문이자 1박2일 간의 특별 일정이다. 선거 전 마지막 유세지로 심장부인 호남을 택함으로써 '야권 대선 주자'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공표'한 셈이다.
문 전 대표는 12일 '광주시민, 전남북도민들께 드리는 글'을 발표하고 "며칠 전 광주를 찾았을 때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셨지만, 깊어진 상처를 달래드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잘 안다"며 "다시는 정권을 빼앗기지 않겠다. 국민의당에 투표하는 것은 새누리를 돕는 것이고 정권교체와 멀어지는 길"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전남 순천을 방문해선 '사죄'의 뜻을 담아 시장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했다.
무엇보다 지난번 광주 방문이 호남은 물론 수도권 지지층의 표심을 돌이키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호남 방문은 지역의 요청에 따른 일정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정계 은퇴-대선 불출마까지 언급하며 "못난 문재인을 꾸짖어 달라"고 읍소했고, 당내에선 문 전 대표의 진정성 있는 반성이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냈다는 진단이 나온다.
물론 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은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면서도, 문 전 대표의 방문 직전까지 열세지역으로 분류했던 광주에서 과반 의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도 문 전 대표가 호남 승부수를 던지면서 당초 '김종인 선거'가 '문재인 선거'로 판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문 전 대표가 광주에 터를 잡자 '호남 대망론'까지 회자됐던 김종인 대표는 어느새 호남에서 모습을 감췄다. 앞서 지난달 광주 전남을 방문해 야권의 뚜렷한 대권 주자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호남인들의 소망을 더민주와 제가 완벽히 대변해드리겠다"던 김 대표의 마지막 지원유세는 충청과 수도권 지역에 그쳤다. 김 전 대표가 호남 주도권이라는 '역린'을 건드렸단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당내 계파주의를 청산하겠다며 이른바 친노계 인사 다수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친노 수장'으로 불리는 이해찬 의원마저 컷오프 시켰다. 문 전 대표로선 뼈아픈 카드였지만, 당 위기 상황에서 선장을 맡은 김 대표의 방침을 따르는 수 외엔 다른 시나리오가 없어서다. 하지만 김 대표가 호남 주도권까지 손을 뻗치면서 문 전 대표가 정면으로 브레이크를 밟고 나선 모습이다.
특히 김 대표가 호남 대망론에 화답한 것은 최대의 실책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호남이 원하는 것은 '호남 출신의 사람'이 아니라 '호남이 중심이 돼서' 정권을 교체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문재인과 소위 친노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니까 미운 것이지, 그래서 국민의당에게 정권교체를 맡긴다는 뜻이 아니다. 김종인 대표가 그걸 제대로 못 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그런데도 김 대표는 본인이 호남출신이라는 둥, 호남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둥 이런 식으로 하면 호남의 마음을 끌 수 있을거라 생각한 것 같다. 본인이 호남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김 대표는 사실 중산층, 수도권 유권자에게 맞는 인물이었지 절대로 호남용 인물이 아니다. 정치적으로도 호남을 모르는 사람 아닌가"라고 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도 "지난번에 본인이 정치생명까지 걸고 절실함을 보이면서 호남과 서울 유권자에게도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호남은 꼭 호남출신이어야 한다는 걸 원하는 게 아니다. 근데 오히려 선거막판에 김종인 대표가 호남 대망론을 덥썩 붙잡으면서 더 안좋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가 출신만으로는 호남의 적자이지만, '정치적 호남 적자'인 문 대표를 넘어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두번째 호남 방문에 대해선 시간적 급박함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호남에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으니 다시 찾은 것인데, 그게 그대로 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표심이 실제 표로 나타나려면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데, 문 전 대표가 너무 늦게 간 것 같다. 유권자 표로 이어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원장 역시 "문 전 대표가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호남 민심을 돌이키는 데 더 큰 힘을 발휘했을 거라 본다"며 "지금 모양새는 문재인이 '객'인 것 같지만, 결국 문재인은 '객같은 주인'이다. 문 전 대표가 호남을 방문한 것은 잘했지만, 타이밍이 솔직히 늦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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