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실패’ 박병호, ML=아시아 거포 무덤?
타격 부진 박병호, 일단 마이너리그행 통보
성공적 마쓰이조차도 일본 시절에 비해 홈런 수 급감
미네소타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실패, 마이너리그로 강등되고 말았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각) 박병호를 마이너리그 트리플A로 강등시켰다. 그를 응원하는 국내팬 입장에서는 아쉬운 조치이지만 당연한 수순이었다.
박병호는 시즌 초반이던 지난 4월, 홈런 6개를 몰아치며 한국산 거포의 위용을 떨쳤다. 하지만 이내 약점이 드러났다. 95마일 이상의 빠른 볼에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이자 상대팀들은 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홈런을 포함한 안타가 줄어드는 대신 삼진 개수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박병호의 마이너리그 강등은 일시적인 조치라고 보는 편이 옳다. 미네소타 역시 4년이라는 장기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박병호를 보다 긴 호흡을 갖고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다만 메이저리그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강속구에 대한 대처 능력 향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메이저리그에 돌아오더라도 다시 부진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아시아 출신 거포들에 대해서도 재고해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프로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타자는 모두 21명이다. 일본이 14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 4명(KBO를 거치지 않은 최희섭과 추신수는 제외), 대만 3명 순이다.
특히 표본이 많은 일본인 타자의 경우 뚜렷한 공통점들을 지닌다. 일단 이들의 대부분은 스즈키 이치로를 위시해 콘택트 능력이 극대화된 선수들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 시절 정교함과 장타력을 두루 갖춘 타자들도 상당했다. 이치로만 하더라도 오릭스 시절이던 1995년 25홈런으로 퍼시픽리그 홈런 3위에 올랐고, 후쿠도메 고스케, 조지마 겐지, 이구치 다다히토, 이와무라 아키노리, 마쓰이 가즈오는 30홈런 시즌이 있을 정도로 완성형 타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들이 일본리그에서 선보였던 파워는 메이저리그 입성 이후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신체적 전성기에 메이저리그 문을 두들겼음에도 20홈런 이상 기록하기도 버거웠고, 이와무라와 마쓰이 가즈오의 경우 ‘똑딱이 타자’로 전락해버렸다.
단 1명의 예외인 타자인 바로 마쓰이 히데키다. 요미우리 마지막 해이던 2002년 50홈런을 기록하는 등 홈런왕 타이틀을 세 차례나 거머쥔 마쓰이는 메이저리그서 홈런 개수가 절반으로 급감했다. 물론 마쓰이는 2004년 31홈런으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는 등 메이저리그서 성공적인 10년을 보낸 타자다. 그럼에도 일본에서 10년간 332홈런을 쏘아 올렸던 고질라도 메이저리그에서는 175개만 터뜨리는데 그쳤다.
아시아 프로리그 출신들의 파워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란 편견은 최근 진출 러시가 이뤄지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 의해 깨지는 모습이다.
넥센서 40홈런을 기록했던 강정호는 지난해 14홈런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만약 부상이 아니었다면, 아시아 출신 데뷔 시즌 최다 홈런 기록 경신도 가능했던 한 해였다. 강정호는 올 시즌 벌써 11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변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 중이다.
이대호와 박병호도 전반기에 두 자리 수 홈런으로 파워를 입증하고 있다. 다만 이들 역시 한국 또는 일본 시절에 기록했던 홈런 개수에는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보여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케 한다.
무엇보다 박병호의 경우, 모처럼 등장한 전형적인 파워히터라 얼마나 통할지가 관심사였다. 박병호는 KBO리그에서도 아주 높지 않은 타율, 그리고 삼진 개수가 상당했던 타자였지만 4년 연속 홈런왕이라는 타이틀로 자신의 약점을 상쇄시켰다.
미네소타가 주목한 부분도 바로 힘이었다. 50홈런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쓰이 이상의 홈런을 쳐낼 것으로 분석했고, 옵션을 포함해 5년간 최대 18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안겼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연착륙은 ‘일단 실패’다. 약점을 극복할 모습이 도저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박병호가 다시 돌아와 한국산 거포의 위용을 과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