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규제법안 만들고 김영란법에 숨어 웃는 의원들
<류여해의 명명백백>규제는 청탁 낳고 청탁은 법안 낳고
벌써부터 꼼수 횡행 기존 공직자 윤리법 개정했어도 될일
'김영란법은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했다. 언론과 사립학교 관계자의 공익성과 사회적 파급효과를 가장 큰 합헌 결정 이유라고 한다.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 및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공직자와 맞먹는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김영란 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안자의 이름으로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공직자의 뇌물수수를 단속하는 기존의 법으로 처벌되지 못하는 법의 공백을 막고 공직자들의 비리를 막기 위해 제안되었으나 3년 가까이 표류하면서 사실 누더기가 되어갔다. 그러나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여론에 의해 2015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통과 한 후에도 김영란법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란이 계속되었고 식사 대접, 명절 선물 등이 위축되어 내수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고, 농축산물 국내시장을 생각해서 국내산은 제외하자는 등의 의견과 '부패 척결'이라는 법 취지를 지켜야 한다는 찬성 여론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국민권익위원회는 법 통과 이후 1년 2개월 만인 2016년 5월 9일에야 시행령 안을 내놓았다. 법이 통과되고 시행령이 나온뒤 시행이 되기 전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던 김영란법은 드디어 합헌이라는 명분을 얻어서 9월이면 시행을 하게 된다.
헌재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론을 내렸기에 논란이 종식되는가 했지만 아직도 이법은 갈길이 멀다. 국회는 벌써 국회의원은 포함시키는 개정안을 내겠노라 밝히고 있고, 또 어떤 입법자는 이미 국내산 농산물은 이법에서 제외하자는 입법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그런데 모두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이법은 공직자를 대상으로 만든 법이었으며 그렇게 따지면 기존의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어중간한 위치의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는 법을 만든 것이다. 법의 취지는 물론 좋다. 부정을 방지하자는 것도 청탁을 근절하자는 것도 국민들 누구라도 찬성할 내용이다.
그러나 분명 이 법의 취지는 공직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꾸자꾸 대상이 굴비엮듯이 늘어났다. 부정청탁을 받을 수 있는 위치를 따져보면 끝이 없으니 더 많은 대상을 넣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학교의 수행평가에 청탁이 오가니 교사를 넣고 넣다보니 공립학교 교원에 준하는 사립학교 교원을 넣고 그러다 보니 언론도 들어갔는데 이 법에서 규정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면 언론인이 해당되는 조항이 없다. 언론의 행위가 법률상 규정되어 있지 않는데 갑자기 언론이 해당된 것이다.
단지 공익성이 있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공직자로 규정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헌재는 "공직부문뿐만 아니라 민간부문도 청렴성이 높아져야 한다"면서 "부패와 비리 문제가 교육과 언론부문에서 발생하고 있고 교육 언론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에게는 공직자와 맞먹는 '업무의 불매수성(不買受性)'이 필요하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다.
공직자의 배우자가 받은 금품까지 신고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헌재는 "언론인, 사립학교교직원과 경제적 이익과 일상을 공유하는 배우자가 언론인, 사학직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는 본인이 수수한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배우자를 통해 부정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우회통로를 차단하는 것으로, 이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만 처벌하는 것이어서 자기책임의 원리 등 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배우자를 통해 부적절한 청탁을 시도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고지할 의무를 부과할 뿐으로, 연좌제에 해당한다거나 양심의 자유를 직접 제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는데, 우리 형법에서는 친족상도례 혹은 범인은닉죄 등을 규정하여 가족간에는 법이 들어 갈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지금 이 법대로면 배우자의 뇌물수수를 신고를 하고 과태료를 내게 되면 그 과태료는 누가 내는 것이며 가족간에 신고를 하라고 한 것은 도통 무슨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신고하지 않아서 처벌 받는죄라는 것이 참 시대를 역행하고 형법체계를 넘어서는 법임에도 불구하고 합헌이라는 결정이 나는 것을 보니 헌법재판소의 역할이 헌법과 법체계를 해석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익을 따지고 정치를 하는 곳인지에 관한 의문도 든다.
금품을 받은 배우자를 직접 처벌하는 것이 차라리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합헌결정을 넘어서서 이제 곧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을 바라보면 또 하나의 걱정되는 조문이 있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는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된 부분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제3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조항은 결국 국회의원 ‘특권 지키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고, 결국 청탁입법과 민원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이 법은 처음 취지를 잃고 결국 다시 표류하게 될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경제에 미칠 영향 정치권을 중심으로 식사 대접, 선물 제공 등이 줄어들면서 외식업계와 화훼업계 등에 영향을 미쳐 내수 위축이 우려가 계속되지만, 원래 식사대접과 선물제공은 안하는 것이 원칙인 것이다.
뇌물이 오감으로써 접대가 만연하여 내수가 운영되었다면 그것이 비정상인 것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것이 힘들지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규제입법이 20대 국회가 들어서고 200여건이 발의 되었다고 한다. 규제가 늘어나면 자유는 줄어 들고 침해 받는 것이다.
공무원의 규제에 의하여 모든 것을 통제하려하면 결국 그 규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해서 청탁이 따르게 된다.
부정청탁의 유혹이 넘쳐나는 것도 규제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유혹의 근원을 차단하면 된다. 힘이 있는 곳에 뇌물이 따르게 되어 있으니 규제를 할 수 있는 권력의 힘을 주지 않으면 된다.
끊임없이 규제를 만들고 그 규제를 피하기 위한 청탁을 하고 뫼비우스띠처럼 돌고 돈다면 결국 김영란법이 존재해도 새로운 편법을 통하여 청탁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실효성없는 특별법으로 부정청탁을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법률만능주의 짧은 생각이 아닐까 싶다.
헌법재판소는 합헌을 결정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태산이다. 조문하나 하나 문제성이 제기되고 끊임없이 개정안이 국회에 쌓일 것이다. 과연 얼만큼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만 제기 된다.
얼만큼 많은 꼼수가 탄생이 될까. 김영란카드가 생길 것이라는 아니 김영란 메뉴가 식당에 만들어질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는 슬프게 들린다.
국회의원은 빠져나간 김영란법은 사실 호랑이 잡으려다가 결국 동네 잔챙이 벼룩만 잡는 형상이 될 것같다. 법은 절대 만능이 될 수 없다. 부정부패를 법하나로 근절할 수 없듯이 법으로 해결하려는 생각조차 잘못된 것이다.
취지가 좋은 법이 누더기가 되고 무엇을 규정하려 했는지 목적도 잃고 표류하게 될 씁쓸한 시작을 우리는 모두가 보게 될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글/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독일형사법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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