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아니라 찰스라니까!" 직급 호칭 없애기 확산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수평적 조직문화 위해 vs 어떻게 상사를 이름으로…”
“수평적 조직문화 위해 vs 어떻게 상사를 이름으로…”
IT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원활한 소통과 효율적 업무 처리 효과를 위해 시작한 직급 호칭 폐지가 대기업으로 확산하며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네이버는 2014년 서비스·기획 직군을 시작으로 직급을 없애고 이름에 ‘님’자를 붙여 부르는 문화를 조성했다. 카카오는 직급 대신 영어이름을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급을 4단계로 축소하고 호칭은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는 것으로 통일했다.
이에 자유로운 호칭 사용으로 사내 문화가 수평적으로 변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타 회사와 다른 체계로 인해 소통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직급 호칭 폐지가 정착된 회사에 다녔던 최아현 씨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부장님도 나를 최아현 님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좋았다”며 “‘야’ 같은 호칭은 완전히 사라지고 초면에도 서로 직급을 모르니까 조심스럽게 행동하게 되더라”고 전했다.
최 씨가 다녔던 회사는 타 회사와 교류 할 때는 직급을 사용하고 명함에도 사원, 대리, 과장, 부장이라고 직급이 쓰여 있지만, 사내에서는 회장이라도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서 부르도록 한다.
그는 “함께 일하는 사람의 직급을 기억하기보다 ‘A 업무 담당자 B 님’으로 기억하니 상대가 과장이든 부장이든 편하게 대할 수 있다”며 “확실히 수평적 조직문화가 정착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가 직급 호칭을 폐지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힌 전효정 씨는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이름 뒤에 님을 붙이면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회사 방침과 상관없이 나이 어린 후배에게도 항상 정중하게 대해주는 분이 계셨는데,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직원들의 애사심이 고취되고 회사 충성도가 올라가는 것을 본 적 있다”며 “님 문화가 정착되면 서로 훨씬 조심하고 존중하는 사내문화가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직급 호칭 폐지를 앞둔 회사에서 오히려 상사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업무에 혼선을 불러올 수 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내년부터 직급 호칭을 없앨 계획인 회사에 재직 중인 강모 씨는 “전통적인 직급 호칭을 오래 써온 분들이 훨씬 많아 정착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임의로 예규를 마련한다면 정착을 당길 수는 있겠지만, 자기 고과를 결정하는 사람을 이름으로 부른다는 부담감을 떨쳐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직급 호칭을 폐지할 계획을 밝힌 회사에 다니는 남모 씨도 “왜 권장하는지도 알겠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업무에 혼선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남 씨는 “지금까지는 타 회사와 연락할 때 직급으로 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판단해왔다”며 “같은 팀이라고 해도 직급별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른데, 사원과 과장이 똑같이 ‘님’으로 불리면 소통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철진 경제평론가는 “이런 사내문화의 변화는 명확하게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며 “기존의 직급호칭은 자기도 모르게 아이디어를 자기검열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기업들이 사내문화 변화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하지만 팀별 경쟁도 치열하고 상명하복 문화가 강력한 조직에서 호칭만 바꾼다고 업무의 효율성이나 생산성 증대와 같은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며 “호칭과 함께 내부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이 성공요인이지만, 정말 힘든 일이며 각 회사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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