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 같아"…'마스터', 시국 일침
'감시자들' 조의석 감독 각본·연출
범죄오락영화 표방해 세태 꼬집어
이병헌·강동원·김우빈 출연
'감시자들' 조의석 감독 연출
배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이 뭉친 기대작 '마스터'가 베일을 벗었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 등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감시자들'(2013)로 550만명을 모은 만든 조의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14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 조 감독은 "'감시자들'이 큰 사랑을 받아서 행복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며 "'감시자들'과 다른, 나만의 색깔을 지닌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나는 사회에서 모두가 상상했을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각 캐릭터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이 출연하게 될지 꿈에도 몰랐다. 촬영을 하면 할수록 죽을 것 같았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촬영했다"고 토로했다.
작품에 대한 부담으로 10kg이나 빠졌다는 조 감독은 "작품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려서 그랬다"며 "진회장의 연설문 장면에서 이병헌 선배와 의논할 때 특히 힘들었는데 선배님이 많은 자극이 됐다"고 털어놨다.
'마스터'는 세계 3대 빈민가 중 하나인 필리핀 마닐라 존스 브리지(Jones Bridge)를 전면 통제하고 촬영한 최초의 한국영화다. 필리핀 도심에서 액션 시퀀스를 촬영한 사례는 할리우드 영화 '존 레거시'가 유일하다. 영화는 필리핀 특유의 분위기와 비주얼 등을 담아 색다른 액션신을 그려냈다. 조 감독은 "5개월간 사전 준비를 한 끝에 촬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병헌은 극 중 철저한 계획과 화려한 언변, 완벽한 네트워크로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벌이는 원네트워크 진회장 역을 맡았다.
8년 만에 제대로 된 악역에 도전한 이병헌은 "뼛속까지 악역이자,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을 맡은 건 오랜만이다"며 "변신을 거듭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팔색조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냥 나쁜 놈을 연기할 때는 설득력 있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그 역할에 내가 먼저 설득당해야 한다. 나쁜 사람들은 생각의 구조 자체가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고 판단해서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했다.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선 '필리핀 영어'를 꼽으며 억양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외모적으로 변화를 준 그는 "외모의 변화도 주는 게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흰머리 양을 조절했는데 이것 또한 사기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내부자들'의 안상구 얘기가 나오자 이병헌은 "안상구는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 반면, 이번 진회장은 일부로 변하는 면모를 추구한다"며 "'내부자들'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려고 한다. 안상구 못지않은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나쁜 놈이지만 재밌는 놈'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고 얘기했다.
강동원은 희대의 사기 사건을 쫓는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김재명 역을 맡았다. 빈틈없는 작전으로 수사를 이끄는 인물로 강동원은 첫 형사 캐릭터에 도전해 이병헌과 팽팽하게 맞붙는다.
'검사외전'에서 사기꾼으로 분했던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선 사기꾼을 쫓는 형사가 됐다"며 "안 해 본 캐릭터라 도전해보고 싶었다. 남성성을 끌어올리려 했고,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싶었다"고 했다. 이어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풀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힘든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많은 걸 반성하게 됐고, 이 영화는 내게 자극이 된 작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힘든 액션신을 소화한 강동원은 유리 조각이 얼굴과 목에 박히는 큰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는데 잘 넘겼다"고 미소 지었다.
김우빈은 타고난 머리와 기술로 원네트워크를 키운 장본인이자 진회장의 브레인 장군 실장 역을 맡았다. 김우빈은 "선배님들이 도움을 많이 줬다"며 "영화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신경 썼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모습이 새로웠다"며 "있을 법한 인물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장면마다 흐름을 놓지 않으려고 집중했다"고 했다.
세 배우 중 막내인 김우빈은 "이병헌, 강동원 선배가 캐스팅됐다는 얘기를 듣고 떨리고 설렜다"며 "병헌 선배님은 항상 솔선수범하며 촬영장을 챙기셨다. 대단한 집중력으로 모니터링을 꼼꼼히 하시는 모습에 감탄했다. 동원 선배는 병헌 선배와는 다른 '밝음'이 있었고, 각종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엄지원은 김재명 팀장이 이끄는 지능범죄수사대 소속의 신젬마 경위 역을, 오달수는 검사 출신의 엘리트 변호사 황명준 역을, 진경은 원네트워크의 홍보 이사 김엄마 역을 각각 맡았다.
이 영화는 범죄액션오락영화를 표방하지만 한편으론 권력형 비리와 정경유착 등 한국 사회의 치부를 꼬집는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라며 혼란스러운 현 시국을 언급한 이병헌은 "'마스터'는 사회를 반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답답한 사회를 보여주고, 해결하는 과정을 보면서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영화가 힘든 현실에서 휴식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12월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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