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4월 퇴진·6월 대선’ 단일대오 배경은?
야당 퇴진협상 거부시 탄핵정국 탈출카드 없어
탄핵강행시 국정공백 책임 야당에 묻겠다는 입장
야당 협상·대통령 결단 뿐 탄핵 정국 빠져 나갈 법 없어
주도권 회복·국정 공백 책임 야당에 돌리려는 전략 해석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1일 ‘4월 퇴진·6월 대선’이라는 단일대오를 이룬 건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당이 협상에 불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염두, 빼앗긴 국정 주도권을 되찾고 국정 공백의 책임을 야당에 돌려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도 있다. 하지만 변수는 비박계다. 야당과의 협상이 실패에 그칠 경우 '9일 탄핵'에 나선다는 방침이어서 당론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4월 퇴진·6월 대선’을 당론으로 결정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안정적인 정권 이양과 최소한의 대선 준비 기간 확보를 위해 탄핵 심판의 종료 시점과 비슷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가장 합리적”이라며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국민에게 중요한 정치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하야 선언을 한 상태에서 헌법재판소 판결 시기 불투명, 국정 공백 상황 등 불안정한 탄핵 보다는 예측 가능한 자진 사퇴를 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당초 9일 탄핵을 추진한 비상시국회의 소속 비박계 의원들도 당론에 동의했다. 야당의 탄핵 강경론이 대선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되면서 비박계 탄핵 찬성파들의 동력이 급속히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탄핵 판결까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박 대통령이 불명예스러운 탄핵보다는 질서 있는 퇴진을 할 수 있게 해 지지층으로부터의 역풍을 차단하려는 속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이후 비박계를 압박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마당에 여당 의원들이 탄핵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일종의 ‘배신’이라는 논리로 뒤흔들었다는 것이다. 친박계는 ‘할복도 불사해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하면서 내부 단속에 나서왔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친박계가 비박계에 협박 아닌 협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친박계도 비박계도 결국은 박 대통령과 공동 운명체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새누리당에는 야당과의 협상을 통해 질서 있는 퇴진을 꾀하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 야당이 퇴진 일정 협상을 계속 거부할 경우 할 수 있는 게 특별히 없는 것이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의총에서) 협상안을 정했고 협상이 결렬이 됐을 때 어떻게 할지 세세한 부분은 정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유승민 의원은 “야당과 협상 안 되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했고, 김무성 전 대표도 “합의가 잘 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다시 우리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비박계가 ‘9일 탄핵안 처리’를 유보했지만, 당론을 정한 상태에서 탄핵을 재추진하기란 사실상 정치적 부담이 크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의총 후 기자들에게 “여야 협상도 안되고 대통령도 아무런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면 우린 9일 탄핵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여야 협상이 안 되더라도 대통령이 4월 조기 퇴진과 관련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오면 그땐 다시 (탄핵 관련 입장을) 논의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결국 계파를 떠나 박 대통령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원내대변인은 “당이 협상을 안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 다음에 대통령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새누리당 의견만 듣고 그걸 마지막 결론으로 내려선 안 되겠지만,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거기에 대해서 대통령도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특히 친박계에서는 야당에 책임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친박계 성향의 핵심 당직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야당이 협상을 거부하면 그들이 국정 운영에 무책임한 것 아니겠느냐, 언론이 야당을 때리는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하야한다고 하고, 우리는 협상안을 제시했는데 우리가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며 “우린 할 도린 다했다”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도 “우리가 당론으로까지 정해서 공표하면서 야당에 협상하자고 했고, 대통령도 퇴진하겠다고 했다”며 “야당이 자기들 이익 챙기느라 무시해버리면 민심의 역풍은 이제 우리가 아니라 그쪽에 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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