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전경련, 해체만이 답인가
회원사들의 잇따른 탈퇴 선언과 해체 압박...쇄신 모색
경제전문가들 "순기능 간과해선 안돼"...'해체'보단 '혁신'
회원사들의 잇따른 탈퇴 선언과 해체 압박...쇄신 모색
경제전문가들 "순기능 간과해선 안돼"...'해체'보단 '혁신'
재계의 대표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들의 잇따른 탈퇴 선언과 정치권의 해체 압박으로 존폐 기로에 선 가운데 ‘해체’보다는 ‘혁신’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8일 경제계와 학계 등에 따르면 이들은 전경련이 최순실게이트로 정경유착 등 역기능만 강조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순기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전경련은 국내에 산업 기반이 거의 없던 1960년대 초 출범하면서 산업 정책 연구와 제안을 통해 투자 환경 조성에 많은 역할을 했다.
또 외국자본을 도입해 사업을 키우고 기업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며 경제 발전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유시장 경제 창달과 국민 경제의 발전이라는 설립 취지에도 잘 부합하는 행보를 보였다.
◆독립성강화·정치권과 거리둬야...연구·정책제안 역할 필요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초점이 해체가 아닌 혁신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어느 나라에 다 있으며 특히 규제가 많은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 제안을 하고 투자 환경 개선에 앞장서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경련은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과 같은 부분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창구는 물론 경제활동의 총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어느 국가든 재계를 대표해 입장을 전달하는 조직이 있는데 전경련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 정경유착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난 만큼 강도 높은 변화와 혁신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거와 달리 필요성이 떨어진 조직은 슬림화하고 수요가 증가한 조직은 강화하는 등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러한 혁신은 외부의 압력이 아닌 전경련 스스로가 필요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외업무 비중을 줄이고 연구기능 확대를 통해 정책제안 기능과 균형을 맞춰나가는 식의 변화를 꾀해야 한다”면서 “순수한 이익단체로서 독립성을 더욱 강화해 정치권과도 더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포지티브시스템이 정경유착 원인...정치시스템 개혁 선행돼야
다만 미국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엇갈린 시각이 존재한다. 헤리티지재단은 지난 1973년 창설된 연구기관으로 미국 보수 진영의 핵심 싱크탱크 역할을 해오고 있다. 전경련도 산하에 한국경제연구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규모나 역할 면에서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최 교수는 “미국의 경우, 예외사항만을 금지하는 네거티브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우리는 명시가 된 사항만 허용되는 포지티브 시스템체제”라며 “규제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다.
전문가들은 전경련이 기업 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하면서 정경유착 고리가 됐다는 비판은 수용하면서도 정부의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려운 한국적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아진 것이 1970년대 이후 국내 산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서 정경유착이 심화되면서 부터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에서 뿐만 아니라 5공화국 당시 일해재단, 1997년 국세청 세풍사건과 2002년 불법대선자금 사건 등에서도 나타났듯이 정부의 요청에 따라 기업의 돈을 모아주는 창구가 됐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주체를 담당하기 위한 단체였기보다는 일종의 멍석을 깔아준 것”이라며 “재계의 대표 단체다 보니 출연금을 내는 창구 역할도 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경유착은 경제계보다는 정치권의 문제와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단체가 정치권과의 고리를 끊어야 하겠지만 정부에서도 필요할 때 편하게 악용하는 관습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산업구조 변화와 글로벌 경쟁 체제 등으로 정부가 기업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 정치권의 요청에 의해 정경유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최 교수는 “과거 고도의 경제 성장기에는 사업허가나 해외 차관 지원 등 정부에 요청할 사안들이 많아 정경유착이 발생했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정치권의 요청에 기업이 후원금 성격으로 지원하면서 정경유착이 발생하는 만큼 정치시스템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전경련은 지난 7일 임원회의를 개최하고 쇄신안 등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회원사들 의견을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해체보다는 혁신에 초점을 맞춰 발전적 방향으로의 변화를 모색한다는 방침으로 회원사들의 탈퇴와 정치권의 해체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