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영욕의 4년' 새누리당 간판 떨어질 날 임박


입력 2016.12.14 15:18 수정 2016.12.15 20:12        이충재 기자

창당 땐 '대선용' '박근혜당' 비판 시달려…계란 맞고

성난 촛불민심으로 '간판 바꿔야' 암묵적 동의 확산

2012년 2월 16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현판식에서 ´새누리당´현판을 걸고 있다. ⓒ데일리안

2012년 2월 2일은 보수정당 정치사에 두고두고 회자될 날이었다. 한나라당이 14년 3개월간 쓰던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꾼 날이자 우리 정치에서 가장 왼쪽을 차지하던 진보정당의 공약들을 정강정책으로 받아들인 기점이 된 날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이 환갑을 맞은 생일이었다.

단순한 간판교체가 아니었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정당의 '과오'를 벗는 대신 박근혜라는 새로운 '미래'를 내세우며 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정치적 함의가 담겼다. 당의 로고와 상징색까지 모두 바꿨다. 결과는 참패 전망이 우세했던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 의석을 얻었고, 대선전에서도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내세워 보수 재집권에 성공했다. '새당'으로 거듭난 개명이었다.

'시한부' 판정 받은 새누리…4년 10개월 '영욕의 시간'

당명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탄핵에 몰린 대통령을 가진 여당에서 '간판 바꾸기'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을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미 여당은 굵직한 고비 때마다 개명을 시도했다. 1981년 민주정의당으로 출범한 후 1990년 통일민주당과 신민주공화당 등과의 3당 합당 과정에서 민주자유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어 민자당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위기에 처하자 1995년 신한국당으로 개명했다. 1997년엔 민주당과 합당하며 한나라당을 당명으로 채택했다.

한나라당은 새누리당 전신 가운데 가장 내성이 강했던 이름이다.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역풍의 풍파를 견디고 14년 넘게 지속된 보수정당의 상징이었다. 이를 버리고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바꾸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

2008년 11월 21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정몽준, 공성진,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들이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11주년 창당기념일을 맞아 현판식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포장지만 바꾸던' 정당, 위기 못 넘기고 소멸

우리 정치에서 정당이 당명을 바꿀 때면 '신(新)'과 '새'란 글자가 흔히 쓰여왔다. 신민당, 신한당, 신정당, 신한민주당, 신민주공화당, 신한국당, 국민신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한 정권을 넘기지 못하고 간판이 떨어졌다. 그 틈바구니에서 새누리당은 정치사에 족적을 남긴 장수정당에 속한다.

지금은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았지만, 새누리당 간판을 달고 지낸 4년 10개월은 영욕의 시간이었다. 2012년 개명 당시만 해도 '과연 이 이름으로 얼마나 갈 것이냐'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보수지지층 눈에도 어떤 이념적 지향성이나 어떤 계층이나 집단을 대변하는지 알 수 없는 당명이었다. '대선용 반짝정당', '박근혜당'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당시 여권 한 중진의원 "새누리 당명이 1년 내에 없어진다는 것에 정치생명을 건다"고까지 했다.

촛불이 끌어내린 간판…"거듭나라" 박 대통령 메시지 재조명

최근 성난 촛불민심이 당사 간판을 '내시환관당' '정계은퇴장'으로 '강제 교체'한 것은 새누리당이 처한 위기의 한 단면이다.

"변화를 위한 지혜를 모아달라(이정현)"는 친박이나 "이대로는 새누리당에 희망이 없다(김무성)"는 비박 사이에도 간판은 바꿔달아야 한다는 '암묵적 동의'가 깔려있다. 당내 개혁과 쇄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가장 먼저 떨어져나갈 부위다. 그동안 정치권 시각에선 어떤 내용물을 새롭게 담느냐보다 어떻게 새롭게 포장하느냐가 먼저였다.

현재 간판이 떼일 새누리당의 상황은 2012년 당명 교체 때와 맞닿는 면이 많다.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명 교체를 선언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생각과 사람, 이름까지 바꾸게 된다면 우리 당은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다. 새 이름에 걸맞게 진정으로 새로운 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해달라. 앞으로도 확고한 의지를 갖고 쇄신 노력을 계속해간다면 국민께서 다시 믿음을 줄 것으로 믿는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