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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에게서 피어오르는 라르손 향기


입력 2016.12.27 09:39 수정 2016.12.29 07:43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2006-07시즌 3개월 단기 임대와 전설 써

10년 후배 즐라탄도 맨유서 기적 창출

라르손(왼쪽)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정확히 10년 차이가 난다. ⓒ 게티이미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시즌 초반 부진을 뒤로 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다.

맨유는 27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선덜랜드와의 홈경기서 1골-2도움을 올린 이브라히모비치의 맹활약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4연승을 내달린 맨유는 9승 6무 3패(승점 33)째를 기록, 리그 6위 자리를 유지했다. 1경기 덜 치른 토트넘과는 승점이 같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 아스날과는 승점4 차이다.

맨유의 상승세에는 이브라히모비치의 존재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최근 10경기서 무려 11골을 터뜨리고 있는데, 같은 기간 맨유 역시 7승 3무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 PSG와의 4년 생활을 마감한 이브라히모비치는 맨유와 1+1년의 계약을 맺었다. 이적료는 없었지만 연봉 1300만 파운드(주급 25만 파운드)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 대우다. 맨유는 이미 이브라히모비치에게 1년 옵션을 발동할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스웨덴 출신의 공격수, 단기 계약, 그리고 구세주 역할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맨유 임대의 전설 헨리크 라르손이다.

라르손은 그야말로 우승 청부사로 손꼽힌다.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럽 전역에 알린 라르손은 1997년 셀틱 FC로 이적해 전설 반열에 오른다. 특히 35골을 몰아치며 유러피언 골든슈(유럽 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를 수상했던 2000-01시즌은 라르손 개인에게 최고의 한 해로 기억되고 있다.

라르손은 2004년 33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바르셀로나로 이적, 우려를 물리치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폼은 일시적이나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라르손이었다.

이후 라르손은 고향팀 헬싱보리스 IF로 이적하게 되는데, 스웨덴리그가 겨울에 휴식기인 점을 감안한 맨유 퍼거슨 전 감독이 이를 놓치지 않는다. 당시 2006·07시즌을 맞은 맨유는 뤼트 판 니스텔루이가 이적하고, 루이 사하가 부상으로 낙마하며 공격수 부재 고민에 빠져있던 상황이었다.

라르손이 맨유 임대 기간(3개월) 뛴 경기수는 13경기. 득점 역시 3골에 그친다. 하지만 라르손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승리가 꼭 필요한 순간마다 골이 터졌고, 이를 바탕으로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맨유의 선수들은 물론 팬들 모두 입을 모아 라르손의 임대계약 연장을 호소하게 된다. 하지만 라르손은 고향 팬들과의 신의를 지키기 위해 시즌 도중인 3월, 박수를 받으며 맨유 유니폼을 벗었다. 그동안 맨유를 거친 스타플레이들은 헤아릴 수 없지만 라르손처럼 짧은 시간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했던 스타도 찾아보기 힘들다.

라르손과 이브라히모비치는 전혀 다른 유형의 공격수다. 이브라히모비치가 묵직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부드러운 축구를 구사한다면, 라르손은 탁월한 위치선정과 결정력은 물론 공간을 창출하고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능력까지 겸비한 선수였다. 바르셀로나 시절, “수비수 시야에서 사라지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 사무엘 에투의 발언이 라르손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맨유는 라르손이 떠난 지 정확히 10년 만에 이브라히모비치를 맞아들였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의 나이 역시 정확히 10년 차이이기 때문에 선수 생활 말년 같은 나이에 맨유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두 번째 스웨덴 매직은 과연 올 시즌 맨유에 어떤 선물을 가져다줄까.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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