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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계약서까지 써가며 뇌물을 줬다고?


입력 2017.01.11 10:01 수정 2017.01.11 10:30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돈 뜯긴 명백한 정황 몇가지...권력이 요구하면 거절할 수 없는게 현실

이를 무시한채 정해진 틀에 맞춰 삼성정조준 특검 우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이 뇌물공여혐의로 삼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재계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여론몰이식으로 정해진 틀에 무리하게 엮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로비와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 ⓒ연합뉴스

돈 뜯긴 명백한 정황 몇가지...권력이 요구하면 거절할 수 없는게 현실
이를 무시한채 정해진 틀에 맞춰 삼성정조준 특검 우려


수사는 공정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불편부당함이나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을 보면 우려스럽다.

최순실 일당의 수사는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을 수사함에 있어 ‘독대=대가성 뇌물’이란 정해진 틀을 짜놓고, 그에 맞춰 어거지로 엎어씌우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삼성이 압박에 의한 강요된 지원이었다는 증거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특검팀은 이를 외면하려 하고 있다. 자칫 박영수 특검팀이 ‘정치특검’으로 변질됐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재계 1위 기업인 삼성이 비선실세와 거래하는 모습이라고 보기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삼성은 왜 ‘승마’의 틀에 갇혀 지원했을까하는 점이다. 대개의 경우, 뇌물은 보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이뤄진다. 그 방법도 다양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눈에 확 띄게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까지 맡아가면서 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유는 알려진 바 대로, 대통령과 비선실세인 최순실이 강요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게 된 계기는 2014년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 자리였다. 이때 박 대통령이 “삼성이 비인기 종목인 승마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는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이후 박 대통령은 2015년 7월 25일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이 부회장과 다시 독대하면서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한 일이 없다”며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둘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대가’를 바라고 지원했을까. 특검은 이같은 증거로 2015년 7월 25일 있었던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이유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2015년 7월 17일이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는 국민연금이 합병찬성을 결정한지 15일 후, 두 회사의 주총에서 합병안이 최종 승인된지 8일 후에 마련됐다. 만약 합병지원을 대가로 승마를 지원하기로 했다면 박 대통령이 합병이 결정된 시점에서 이 부회장을 질책할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국민적 관심사였다. 대한민국 1등 기업이 합병에 실패하면 삼성의 경영권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했다. 사업적으로도 건설분야는 업황부진으로 실적이 저조했으나, ‘바이오’라는 미래신성장동력이 있었기 때문에 합병찬성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는 당시 합병에 대해 보고서를 낸 증권사 22개 중 21곳이 ‘찬성’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시장의 반대나 우려감은 거의 없었다.

셋째, 대가성 뇌물공여였다면, 정유라의 승마비용을 굳이 왜 계약서까지 작성하며 지원했을까 하는 점이다.

삼성은 컨설팅을 통해 지원 계약을 체결한 뒤, 지원 종료기간을 차기 대선 이후인 2020년까지 최대한 길게 잡았다. 또한 항목별로 세세하게 나누고, 영수증을 첨부하게 끔 했다.

이같은 사실은 최순실씨가 승마협회 노승일 부장에게 보낸 카톡내용에서도 알 수 있다. 최씨는 노 부장에게 “하루 훈련일지를 만들어서 받아놓으세요. 나중에 훈련일지를 보고해야 돼요”라고 지시했다.

과연 최순실이 이렇게까지 투명하게 관리하길 원했을까. 이것만 보더라도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엿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삼성은 왜 하필 독일에서 계약을 체결했을까 하는 점이다. 독일은 금융거래가 우리나라보다 더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정말 삼성이 설계했다면 굳이 독일로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강미 산업부장.
이런 모든 정황은 최순실의 요구에, 돈을 뜯기지 않으려고 최대한 방어하며 끌려갔다는 충분한 방증이다.

‘뇌물’은 원래 은밀하게, 몰래주는 거다. 컨설팅 계약서를 체결한 뒤 여러번 나눠 분납하고, 항목 내역을 세세하게 쪼개고, 영수증을 첨부하게 해서 비용을 쓴 만큼만 정산하는 것이 과연 적극적 뇌물공여죄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지원방식 등이 적절치 못했다. 후회가 막심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 등 최고권력층의 강요와 협박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정부가 하자고 하면 기업이 거절할 수 없는게 우리의 기업 현실'이라고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그렇다면 그 죄는 과연 누구한테 물어야 할까.

특검은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 이어 이 부회장의 소환조사를 남겨놓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특검이 박 대통령을 겨냥해 무리하게 뇌물죄로 몰고가려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팩트와 진실에 기반하기 보다는 여론몰이식 수사를 진행할 경우,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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