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국정농단 핵심 놔두고 만만한 기업인만 타깃”
삼성, 경영진 사업처리로 리더십 공백 우려...SK·롯데 ‘긴장’
"기업인 구속으로 경영공백 커져선 안돼 " 한목소리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핵심 수뇌부에 대한 고강도 수사에 이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재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 국정농단 책임이 있는 핵심인물들을 그대로 둔 채 기업인들만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기업 경영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로 삼성에 대한 특검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수사 강도가 예상보다 세 조사를 앞둔 SK와 롯데 등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전날인 12일 오전 9시28분경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들어간지 22시간여만인 13일 오전 7시50분경 조사를 마쳤다.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조사로 삼성그룹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졌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특검 사무실을 나와 곧바로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41층 집무실로 향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핵심 임원들을 소집해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회의는 특검 수사 관련 사안 외에도 산적한 그룹 현안들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밤샘조사에도 불구하고 집무실로 바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최순실게이트가 불거진 지난해 10월 말부터 약 3개월여간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8일 검찰의 서초사옥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 등으로 두달 넘게 그룹 경영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말 인사와 새해 경영계획 등 주요 일정들이 미뤄졌으며 이 부회장은 출국금지를 당하며 글로벌 경영 현장을 누비는데도 제약을 받고 있다. 미국 전장부품 업체 하만 인수와 그룹의 사업 재편 등의 사안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미-중간 통상마찰 가능성 부각 등 대외변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최근 중국산 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에 대해 30~50%대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고, 중국도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를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검이 삼성그룹 핵심 경영진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무리한 기업인 표적수사...인신구속 우려"
재계는 삼성이 현재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그룹의 실질적인 경영을 맡고 있는 이 부회장을 비롯,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핵심 수뇌부가 인신구속될 경우, 리더십 공백과 콘트롤타워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이는 삼성에 이어 특검 수사를 앞둔 SK와 롯데에도 영향을 미쳐 대기업들의 전반적인 경영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위기 대응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외신들은 특검 수사로 재계 총수들의 사법처리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글로벌 기업들에게 위기가 올 것이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외신들의 보도를 통해 삼성 등 주요 대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지 추락과 함께 투자자 신뢰 상실로 이어질 경우, 향후 위기의 파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수사를 할 때 하더라도 최대한 경영활동에 차질이 없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사법처리도 최근 글로벌 환경 급변을 감안해 경영자들의 경영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특검이 국정농단의 핵심인 청와대와 정치권 인사들을 그대로 둔 채 만만한 기업인들만을 대상으로 여론을 의식해 무리한 기획 수사를 펼치고 있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정부의 강압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재계 총수들을 무리하게 뇌물죄로 몰고 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순실·우병우·문고리 3인방 등 국정농단 핵심 세력은 그대로 둔 채 만만한 기업들만 대상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 “여론을 의식한 무리한 표적 수사가 기업인들의 인신 구속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며 “현재 경제 위기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불구속 수사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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