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누드화 파문, 더민주 ‘김용민 악몽’ 재현되나
"표현의 자유 인정받으려면 국회 아닌 일반 전시관서 했어야" 문재인도 적극 진화
대선 정국 속 순풍 항해 중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때 아닌 ‘도덕성 파문’에 휩싸였다. 표창원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나체 풍자화 국회 전시를 주최했다가, 여성계는 물론 여론의 거센 비난에 부딪친 것이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설 밥상 민심 잡기가 절실한 민주당으로서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막말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 극도로 자세를 낮추고 있다. 특히 이번 파문이 연휴를 넘어 거대 악재로 작용, 도덕성 관련 이슈에 민감한 중도층 및 무당층의 표심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탄핵 사태로 잠잠했던 보수층이 결집하고 나섰다. 보수단체인 ‘북한 동포와 통일을 위한 모임’ 등 보수단체들은 표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일부 인사들은 의원회관 1층에 전시 중이던 그림 ‘더러움 잠’을 떼어내 바닥에 던지고 짓밟기까지 했다. 특히 이들은 “진보·보수나 박 대통령의 잘잘못을 떠나 여성을 성희롱한 것이 문제”라며 도덕성에 근거한 논리를 들며 반발했다.
이에 여야를 떠나 여성계도 힘을 실었다. 새누리당 나경원·바른정당 박순자 의원 등 여성 의원 14명은 같은 날 “표 의원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가 아니다”라는 공동성명을 냈고,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등 여성 의원 8명이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 83명은 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하며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고,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65개 회원단체 공동 명의로 “여성 인격을 모독한 비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용민 논란 재현될라' 당 지도부, 대선 후보까지 나서 신속 진화
상황이 악화되자 가장 신속한 대응에 나선 건 지난해 4.13 총선에서 표 의원을 ‘인재 1호’로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다. 곧 본선 게임을 앞둔 상황에서 자칫 보수 결집의 명분을 줄 수 있고, 중도층 이탈과 여성계의 반발까지 이어지면 ‘대세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는 이날 오전 SNS에 “박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작품은 예술가의 자유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의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직언했다. 또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곧바로 긴급회의를 열고,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키로 했다. 최근 민주연구원의 ‘개헌보고서 파문’ 당시 징계 검토까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렸던 것과 대비되는 조치다. 다음 날엔 우상호 원내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여당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을 벌거벗겨 저런 풍자 그림을 걸었다면 우리가 가만 있었겠느냐. 역지사지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상처받은 국민들께 죄송하다"며 대리사과도 했다.
당 차원의 신속 대응이 이어지자, 전날까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던 표 의원도 한 발 물러나 “여성분들께 상당히 많은 상처를 입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당의 징계 결정에 승복하고 따르겠다”고 밝혔다.
물론 야권에선 2012년 캐나다에서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던 만큼, 이번 논란은 곧 정리될 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캐나다에서도 마네의 1863년 작 ‘올랭피아’를 패러디해 스티븐 하퍼 총리를 여성 누드로 묘사한 작품이 공공도서관에서 전시됐다. 하지만 정작 총리 측이 위트 있게 반박하면서 일찍이 마무리됐고, 이러한 선례가 최근 언론에도 보도됐다.
하지만 각국의 문화에 따라 성에 대한 관념과 도덕성 기준도 현저히 다른 만큼, 이번 파문이 쉬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특히 표 의원은 최근에도 65세 이상의 선출직 출마 금지를 주장했다가 노인계와 당내에서도 비난을 받는 등 돌발행동으로 보수 결집의 빌미를 줬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이 도덕성 문제로 곤혹을 치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4·11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 후보로 출마했던 김용민 씨는 인터넷 방송에서 입에 담기 힘든 음담패설을 쏟아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또한 여성에 대한 성폭행까지 거론해 구설수에 올랐다. 결국 민주당은 그해 총선에서 대패했고, 같은 해 18대 대선 패배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대통령 비하냐 아니냐 또는 여성 비하냐 아니냐의 문제는 차치하고, 예술은 예술답게 일반 전시관에서 했어야 한다. 그것을 국회까지 끌고 들어온 것이 문제”라며 “예술과 정치가 만나도록 한 것은 표 의원이 비난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40%대에서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이 사단이 났기 때문에 지지율도 빠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한 민주당이 제명 등 강력한 수준의 징계를 해야한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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