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중도하차, 안희정의 '득과 실'은?
충청대망론 중심에 선 안희정
황교안-문재인 지지층 결집 가능성도 높아
'충청 대망론'의 무게추가 움직였다. 여권의 간판 후보이자 대망론의 기대주였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하차로, 중원의 표심은 물론 여의도 충청 그룹의 시선은 이제 안희정 충남지사를 향하고 있다.
물론 당사자인 안 지사는 웃음기를 전혀 내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2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등록 후, 후보자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국민은 충청 부산 광주 대구시민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지역을 뛰어 넘어서 국민의 합리적·상식적인 희망을 얻어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여권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야권에선 안 지사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반사 이익을 보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양 진영에서 각각 황 대행과 문 전 대표로 표결집 양상을 보이되, 충청권과 중도보수층의 표 일부가 안 지사에게 향한다는 분석이다.
일단 안 지사의 후보경쟁력 급상승 현상은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나타난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1일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안 지사는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1.2%를 얻어 조사상 첫 2위에 올랐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5.4%, 황 권한대행은 10.5%를 얻었다.
또한 JTBC와의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26.1% △황교안 12.1% △안희정 11.1% △이재명 9.9%로,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를 이어 민주당 내 2위 주자로 올라섰다. 아울러 두 조사에서 반 전 총장 지지자의 표 중 각각 7.6%, 7.5%가 안 지사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각 당 대선후보를 묻는 질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간 문 전 대표에 비해 선명성 부분에서 속도를 늦춰왔던 안 지사의 확장성이 두루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주당은 이번 당내 경선에서 완전국민경선제와 결선투표제를 실시한다. 당원이 아닌 누구라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고, 1위 후보가 과반 득표를 못 할 경우 1·2위 간 재투표를 통해 최종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안 지사에게는 이번 민주당 경선이 한층 '해볼 만한 게임'이 된 셈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지사가 외연확대를 꿰한 점 때문인지 국민의당, 바른정당, 새누리당 지지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면서 "이번 민주당 경선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 지사로서는 한번 해볼 만하다는 지표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계도 공존한다. 결정적으로 안 지사가 웃을 수 있는 지점은 '결선투표'가 마지막이란 전망에서다. 그만큼 야권 내에선 문재인 대세론이 여전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 전 총장의 출마 포기는 진보·보수 진영의 결집으로 이어진다면, 야권 내 부유(浮游)하던 표가 문 전 대표에게 쏠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보수 지지층이 황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결집할 경우, 여야 양측 간 ‘정체성’을 확실히 드러내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안 지사는 민주당 내 타 후보에 비해 선명성 등 야당 인사로서의 정체성이 또렷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바 있다. 따라서 반 전 총장 사퇴로 자칫 문재인 대세론이 더 견고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반기문의 사퇴로 황교안이 급부상했고, 동시에 ‘문재인 대 황교안’ 구도가 명확해졌다”며 “즉, 양 진영의 아이덴티티가 명확해졌다는 뜻이다. 이를 계기로 보수와 진보가 많이 뭉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 소장은 이어 “웃게 되는 사람은 안희정 황교안 문재인 세 사람이 될 거다. 충청에서 반기문 표 일부가 안희정, 또 일부는 문재인으로 나뉘는 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안희정에게는 그야말로 기회”라면서도 "황교안의 부상으로 문재인 쪽도 위기감을 느껴서 한층 더 뭉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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