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지지율 급등세…김종인발 정계개편 가능성 ‘흔들’
안철수 '자강론' 탄력…'비문연대' 동력 상실
안-문 초박빙 구도, 김종인 역할 사실상 사라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발(發) 정계개편 불씨가 점차 사그라들고 있는 모양새다. 탈당과 대선 출마라는 강수를 두고 키워온 소위 ‘비문(비문재인)연대’ 실현 가능성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상승세에 뒷전으로 밀렸다. 안 후보와 문 전 대표의 ‘초박빙 구도’가 지속될수록 김 전 대표의 역할은 미미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가에 알려진 김 전 대표의 ‘비문연대’ 구상은 본인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등 제3지대 인물과의 1차 단일화 이후 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의 2차 단일화, 최종적으로 안 후보와 연대를 이룬다는 것이다. 명분은 개헌과 통합정부, 경제민주화다. 김 전 대표는 어떤 당이 집권하더라도 당 대 당 연대 없이는 입법 등이 순조롭지 않은 구조라는 점을 강조하며 권력 분점을 주장한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범보수 후보들의 ‘보수 적자’ 논란이 지속되고 이와 함께 완주 의사가 강해져 ‘비문연대’ 실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정 이사장은 10일 본보에 “(비문연대 논의) 진전된 것 없다. 홍 전 회장이 빠졌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비문연대’의 핵심 축인 안 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역전했다. 안 후보가 경선 이후 중도층과 보수층의 표심을 상당 부분 흡수한 게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연합뉴스와 KBS가 8~9일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남녀 유권자 2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36.8%를 얻으며 문 후보(32.7%)를 4.1%p 차로 앞섰다. (신뢰도 95%, 표본오차 ±2.2%p. 인용 여론조사 모두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겨레신문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7~8일 유권자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1%p)에서는 안 후보와 문 후보가 37.7%로 동률을 이뤘고,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같은 기간 유권자 1000명을 조사한 결과(신뢰도 95%, 표본오차 ±3.1%p)에서는 문 후보(37.7%)와 안 후보(37.0%)가 오차범위 내 초박빙 대결 양상을 보였다.
당초 김 전 대표가 구상한 ‘비문연대’는 문 후보의 대세론을 허물고, 비문 주자를 통한 통합정부를 세우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문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비문 주자를 한데 모으려던 것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독자적으로도 문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구도를 만들면서, 안 후보의 ‘자강론’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10일 SBS 라디오에서 “이번 주말에 나타난 여론조사를 놓고 보면 굉장히 빠른 시기에 양강 구도로 대통령 후보가 나눠진 것 같다”며 “두 분(문-안 후보)의 양강 구도라고 하는 것이 어느 정도 정착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비문연대 시한 임박…"김종인 '무기' 없다"
게다가 김 전 대표 등이 제시한 ‘비문연대’ 시한은 오는 15~16일 후보 등록 전이다. 이 경우 김 전 대표의 역할은 사실상 사라진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김 전 대표에게는 정치 세력도, 지지 기반도 없다. 둘 중 하나라도 있으면 연대의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데 아무 것도 없다”며 “사실상 김 전 대표의 역할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본보에 “김 전 대표가 구상했던 ‘비문연대’는 문 후보가 앞서나가는 가운데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쳐서 이길 수 있을 때 그림이 되는 것”이라며 “안 후보가 연대의 선을 긋고 있는데도 일부 조사에서 앞서나가고 박빙 구도가 됐다. 문 후보도 ‘박스권’에 갇혔다고 보이기 때문에 안 후보는 자기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더욱 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황 평론가는 “아직 선거까지는 20여 일 남았고, 안 후보의 현재의 지지율도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지지율이 출렁거리거나, 안 후보 입장에서 지지율 부족이 예상될 경우 김 전 대표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의식한 듯 김 전 대표는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일 것 같으면 가능성과 불가능을 식별할 줄 알아야 하는데, 맹목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을 가능한 것처럼 생각할 수도 없다”며 대선 후보직 사퇴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것을 암시하거나 그렇다고 보지는 말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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