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의 자의적 '참보수론', 보수 전체를 공멸 위기로 내몰고 있다
지지율 소폭상승…철새행각 반사이익, 좌파진영 역선택 등
'참보수론', 좌파후보 독주 속 대다수 보수 공감 못 얻어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탈당하던 날, TV토론 막바지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자신의 토론시간을 아껴 별도의 2분 스피치를 했다. 비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진짜보수론'을 설파하며 이순신 장군의 상유십이( 尙有十二)를 인용해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토론 후 유 후보의 지지율이 1% 가까이 상승했으며 바른정당에 대한 온라인 당원 입당과 후원금이 급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대선에서 유 후보의 의미있는 득표로 이어질지는 회의적이다.
그동안 진행된 TV토론에서 유 후보는 타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지만 토론회 성적이 지지율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오히려 토론회 선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지율 소폭상승…탈당파 철새행각에 따른 반사이익, 좌파진영 역선택 가능성
이번 반등은 바른정당 탈당파들의 철새행각이 유권자들의 분노를 야기한 데 따른 반사 이익으로 일시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또한 선거 중반 이후 지속되고 있는 좌파진영의 역선택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열혈지지자로 좌파진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을 거부하는 보수성향 유권자들에게 차라리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대신 유 후보를 찍도록 유도한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 놓고 있을 정도다. 또한 오마이뉴스 등 좌파 매체들이 유승민 띄우기에 열심인 것도 간과할 수 없다.
번번이 유권자 표심 읽는 데 실패
대선 출마선언 이후 경선과정을 거치면서 유 후보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읽는 데 번번이 실패하는 모습을 노정했다. 그는 탄핵이 인용되면 바른정당과 자신의 지지율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단언했으나 결과는 그와 상반되게 나타났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경선 과정에서도 자신이 후보가 되면 문재인 후보와 1대1 구도가 될 것이라 장담했지만 5자대결에서 제일 처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정치인들의 그 흔한 '자가발전'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괴리가 너무 크다 하겠다.
그렇다면 유 후보 개인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후보는 열심히 뛰고 있는데 당내에서는 왜 끊임없이 후보를 흔들었나?
배수진 없이 뛰는 유 후보, 동료 의원들에게 '공동운명체'란 인식 심어주기에 한계
이번 대선에 임하는 유 후보의 자세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의원직을 보유한 채 경선과 본선에서 뛰고 있다. 그에 비해 칠순의 노정객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의원직을 던지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도 의원직을 포기하거나 내던지고 ‘배수진’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유 후보는 최악의 경우 본선에 패해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잃을 것은 별로 없고 얻는 것은 훨씬 더 많다고 할 만하다. 그런 점이 탈당한 동료 의원들에게 ‘한 배를 타고 있는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한계가 있었고, 또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이벤트 이상의 그 어떤 가치를 공유토록 하는 데 실패한 이유였을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 항우본기에 파부침주(破釜沈舟)란 말이 나온다. 밥 짓는 솥을 깨뜨리고 타고 갈 배를 가라 앉힌다는 말이다. 진나라와 결전을 앞둔 항우는 군사들에게 3일치 식량만 나눠준 뒤 배를 가라앉히고 솥을 깨뜨린다. 항우의 결사항전 의지를 읽은 군사들은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해 대승을 거두고 항우는 일약 중원의 맹주로 부상한다.
탈당 의원 12명, 자신만의 싸움에 몰두하는 후보 넋놓고 따를 수만은 없는 사정
바른정당 의원 12명의 탈당이 대의와 명분 면에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자기 희생없이 자신만의 싸움에 몰두하는 유 후보를 무작정 넋놓고 따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유 후보는 그 삶이나 정치적 이력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금수저다. 고교 때 예비고사 전국 차석을 하고 서울대를 거쳐 미국 유학으로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엘리트 중 엘리트다. 신언서판(身言書判)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이런 화려한 자산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줄곧 책사의 길을 걸었다. 1997년과 2002년 두차례 대선에선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 브레인으로 활약했고, 2007년 대선엔 박근혜 후보의 핵심 측근으로 한나라당 경선에 임했다.
유아독존(唯我獨尊) 이미지, 재승박덕(才勝薄徳) 꼬리표…지지세 확장 걸림돌
그러나 그는 그가 모신 주군이 세번의 대권도전에서 모두 실패한 비운의 책사였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는 그에 대한 안티세력들이 많다. 2012년 박근혜 후보가 유승민 없이 대권을 쥐자 거 보란 입방아까지 나왔었다.
그런 그가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오르며 자기 정치를 시작했지만 그 방법이 세련되지 못하고 거칠었다. 집권여당의 원내 사령탑으로서 국정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자기 정치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우다 쫓겨나다시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되었고 이때의 불편한 관계가 공천갈등을 거쳐 유 후보가 탄핵에 앞장서는 계기가 되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 후보에겐 유아독존(唯我獨尊)이란 이미지와 함께 재승박덕(才勝薄徳)이란 꼬리표가 따라 다니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가 대선후보 유승민의 지지세 확장에 일정부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의적인 '참보수론'으로 인해 보수가 공멸할 위기에 처한 현실
어쨌든 유 후보의 대선완주는 기정 사실이 되었다. 대선후보 유승민의 '자기 정치' 성패(成敗)는 그가 대통령 탄핵과 바른정당 창당 그리고 대선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운 '참보수론'이 얼마나 유권자들의 공감을 받느냐에 달려있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상황은 회의적이다. TV토론에서 홍준표 후보와 탄핵의 정당성을 놓고 격론을 벌리면서도 그는 자신의 정당성을 유권자들에게 명확하게 각인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홍 후보의 '배신자' 역공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후보 앞에서 홍 후보와 유 후보가 탄핵의 정당성 문제로 대립한 이 장면은 이번 대선 보수우파가치 논쟁의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즉 좌파후보가 독주하는 가운데 대다수 보수우파 유권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는 자의적인 '참보수론'으로 인해 결국 보수가 공멸할 위기에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제 대선의 종착점이 보인다. 유권자들이 채점한 유 후보의 대선 성적표가 어떠할지, 보수우파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며, 또 그 결과 정치인 유승민과 바른정당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윤종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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