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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추진 롯데, 넘어야 할 장애물은?


입력 2017.05.12 16:01 수정 2017.05.12 16:46        최승근 기자

‘일본 기업’ 꼬리표 떼고 순환출자 고리 감소는 긍정적

순환구조 해소에 대규모 자금 소요 불가피…지주사 요건 강화도 악재

지난해 10월2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오는 10월을 목표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그룹을 두고 시장에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주사 전환을 통해 그룹이 한국기업으로서 지배구조 독립성을 확보하고 경영투명성 제고, 주주중심의 경영문화 강화, 전문·책임경영 강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롯데그룹 내 계열사 간 출자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시간 또한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는 지난달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업분할과 분할합병을 결의했다. 롯데는 이 4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각각 분할하고,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제과 등 4개사의 기업분할은 인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적분할은 기존(분할)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신설 투자부문을 흡수 합병해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출범한다.

지주사 전환이 완료되면 신설 롯데지주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올라서게 되고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도 상승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한층 강화된다. 현재는 호텔롯데가 사실상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아 한 때는 롯데그룹이 ‘일본 기업’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계열사 간 복잡하게 얽혀있는 순환출자 고리도 대부분 해소돼 그간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해 저평가됐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대해서도 시장의 긍정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순환출자 고리 67개 중 대다수가 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상사·후지필름-롯데쇼핑에 이어져 있는데 이번 분할 합병으로 그 중 18개의 순환출자 고리만 남게 된다.
롯데 주요 4사의 인적분할 시나리오 개요ⓒ롯데, 유진투자증권

반면 지주사 전환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다. 순환출자 구조가 복잡한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사드 문제와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해 상장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롯데지주가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상장 자회사의 지분 20%를 보유해야 한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 롯데지주는 롯데쇼핑 18.7%, 롯데칠성음료 19.3%, 롯데푸드 22.1%를 보유하게 된다. 롯데제과 지분은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상태다.

대신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비용으로 3조5000억원, 순환출자 해소 비용으로 약 4000억~1조5000억원이 소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소 3조9000억원에서 최대 5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적 요건인 상장회사 20% 요건만 충족될 경우 롯데지주회사가 보유한 투자지분을 사업회사에 현물출자 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도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현물출자는 향후 관련 법규 및 시장 환경을 반영해 전략을 달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롯데그룹으로서는 악재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주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분 의무보유비율을 상장사 기준 기존 20%에서 30%로 높이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30%로 기준이 높아질 경우 필요한 자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달 지주사 전환 발표 이후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각 자회사의 주가가 오르고 있는 점도 자금 부담을 높이는 변수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지난달 26일 종가 기준 주당 163만7000원에서 이달 11일 종가 기준 175만4000원으로 7.1% 상승했다. 같은 기간 롯데푸드는 4.1%, 롯데제과는 1.6%, 롯데쇼핑은 0.6% 올랐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 체제 내 금산분리의 원칙에 따라 롯데캐피탈, 롯데카드 등 롯데지주회사가 보유한 금융 계열사 지분도 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합병 후 지주회사가 보유하게 되는 지분의 일부를 팔아서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자금 조달 계획에 대해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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