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통령 사과만 한다고 '이낙연 인준안' 받아들일 수 있나
강경입장 한국당 "5대 비리 해당자는 지명을 철회해달라"
야당, '사과' 전제로 '총리인준' 받아들일지 '내부회의중'
문재인 정부의 '인사 1호'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위장전입 문제를 비롯해 결격 사유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더욱 거세지는 것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도 요구되는 상황까지 맞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문제 삼아 '인준 반대' 움직임이 당내에서 거세지고 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우군으로 내심 기대한 국민의당 역시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강경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야심차게 '대탕평'의 의미를 담아 인선한 이낙연 후보자에 대한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처리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강경입장 한국당 "5대 비리 해당자는 지명을 철회해달라"
야당 측은 각 지도부부터 이 후보자 인준 여부를 놓고 강하게 비판하는 상황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문재인 대통령은 '5대 비리'를 고위공직자 임용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는 본인의 대국민 공약을 앞으로는 지키겠다는 것인지부터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새 정부 주요인선 후보자들이 위장전입 등 논란에 휘말린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라는 기존 요구를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정우택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께서는 이미 발표한 일부 후보자 중 5대 비리 해당자는 안정적 국정 운영과 진정한 협치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명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후보자에 대해 사실상 '낙마'에 대해서도 염두하고 있다는 한국당 입장을 전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한국당에 비해서는 조금 유연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사과 요구는 여전하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이 후보자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 등이 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과 관련해 "이 사안의 본질은 문 대통령이 인사 5대 원칙을 파기한 데서 비롯됐다"며 "직접적 경위설명과 사과가 필요하다. 진정성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 해결은 원인 제공자가 해야 한다. 총리인준 지연·거부는 문 대통령이 야기한 자승자박"이라며 "총리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촉구한다. 스스로 약속한 인사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린 데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국민은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전체의원회의에서 "적어도 민주당이 야당 시절 요구했던 원칙과 기준은 지켜달라"며 "대통령이 직접 약속한 5대 비리 공직 배제 공약이 2주일 만에 안 지켜진 데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 점에 관해 밝히지 않으면서 무조건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곧 이어질 나머지 부처 장관들이나 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을 눈감아달라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며 "그렇게는 협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야권에서는 이 후보자 '인준안'을 놓고 1차적으로 '대통령의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4일과 25일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치를 때만 해도 각 야당 별로 대하는 태도가 달랐던 것이 기류가 바뀌면서 한 목소리를 내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수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인사 논란'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회의를 통해 대통령이 직접 '인사 논란'에 대한 해명과 대국민 사과 등을 결정할지는 미지수다.
야당의 고민은…문재인 대통령, '사과'한다고 '총리인준' 받아들일지 '자체회의중'
여기서부터 다시 야당의 고민이 생긴다. 대통령 사과가 나올 경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현재 각 야당들은 의원총회를 비롯해 당 내부 논의 등을 통해 '인준안'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결정한다는 계획인데 쉽게 '인준안'에 동의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이 청와대여당 등이 무조건 협조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서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국민의당 경우도 호남 총리 인선을 했다고 해서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당내 다수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부·여당 일각에서 호남 총리니까 국민의당이 반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데 이는 공당인 국민의당을 폄하하고 무시하는 지극히 모욕적인 발상"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총리 인준을 부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느냐'는 물음에에 "어제 제가 연락을 해 본 당내 의원 대다수 분위기는 매우 강경한 입장"이라며 이 후보자 인준과 관련해 부정적인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이낙연 후보자가 끝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문재인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의 상당부분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된다. '1기 개각'을 비롯해 속도전을 펼치는 개혁작업 등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강경기류로 선회한 야당이 이날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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