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그리고 광주…천만 관객 태운 '택시운전사'
8월 2일 개봉…올해 첫 천만 고지 선점
'군함도'와 달리 스크린 독과점 피해
8월 2일 개봉…올해 첫 천만 고지 선점
'군함도'와 달리 스크린 독과점 피해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태웠다.
20일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택시운전사'는 이날 오전 8시 누적 관객 1016만8708명을 기록했다. 개봉 19일 만의 성과다.
우리 영화로는 15번째, 외화까지 합치면 19번째 천만 영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조명한 이 영화는 개봉 3주 차에 접어든 신작들의 공세에도 여전히 예매율과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실상 경쟁작이 없는 셈이다.
주연 배우 송강호는 '변호인'(2013년·1137만4871명), '괴물'(2006년·1091만7221명)에 이어 또 한 편의 천만 영화를 남기게 됐다. 주연작만으로 '트리플 천만' 기록을 세운 것은 송강호가 처음이다.
장훈 감독은 "아직도 그 기억을 현재로 살아가고 계신 분들이 많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 혹시라도 그분들께 누가 될까, 영화를 만들며 큰 부담이 있었는데,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고 기쁘다"면서 "택시운전사의 진심을 연기해 준 많은 배우분과, 고생하며 함께한 스태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본 '광주'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특파원(위르겐 힌츠페터)을 태우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운전했던 실제 택시운전사(송강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의 가장 큰 흥행 비결은 제3자의 시선으로 광주민주화운동을 풀어내 공감대를 넓힌 점이 꼽힌다. '화려한 휴가'(2007) 등 앞서 광주의 아픔을 피해자의 시선으로 이전 작품과는 다르게 '택시운전사'는 평범한 소시민의 시선을 내세운다.
양경미 평론가는 "'택시운전사'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평범한 시민의 눈을 통해 그날 광주를 조명한다"며 "외부인이라는 상징성은 영화에서 '객관적 시각'이라는 이미지로 작용했고, 극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의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영화는 민주화 운동을 위해 희생한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었다"며 "그들의 희생에 대한 고마움과 자긍심을 심어줘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고 짚었다.
송강호의 힘
관객들의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선 '시대를 대변하는 배우' 송강호의 힘이 컸다. 주인공 만섭으로 분한 그는 가슴 아픈 역사를 마주한 소시민을 울림 있게 연기해 먹먹한 감동을 준다.
송강호는 이 영화로 제21회 판타지아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효자동 이발사'(2004)를 비롯해 '변호인'(2013), '밀정'(2016) 등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에 자주 참여했다.
'택시운전사' 출연을 한 차례 고사한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부담감, 두려움, 무거운 마음 등이 뒤엉켜서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아픈 비극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자는 게 영화의 지향점"이라며 "기본적인 도리를 얘기하려다 희생당한 평범한 사람들을 표현했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하게 된 데는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양 평론가는 "'택시운전사'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국민의 관심과 잘 맞아떨어진 작품"이라며 "송강호라는 배우가 주는 '진정성'이라는 이미지도 흥행에 한몫했다"고 강조했다.
입소문 효과
올 최고 화제작으로 꼽힌 '군함도'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언론시사회 및 일반시사회를 '군함도'보다 먼저 열었다.
'택시운전사'의 관전 포인트는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소재를 얼마나 객관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다뤘느냐였다. 관객들의 추천과 소문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급사 쇼박스 측은 언론 시사 뒤 3주간 총 400여 회 전국 일주 시사회를 열어 8만명에게 먼저 영화를 보여줬고, 효과는 곧바로 이어졌다. 개봉 첫날에만 69만명을 동원해 '군함도'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선 것.
이후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고수하며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영화 관계자는 "'택시운전사'는 사건 중심이 아니라 외부인의 시선에 초점을 둔 영화라서 관객들의 입소문이 중요했다"며 "관객의 힘이 크게 작용해 개봉 첫 주부터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말했다.
개봉 시기도 주효했다. 일주일 먼저 개봉한 '군함도'가 2000여개의 스크린을 가져가면서 독과점 논란에 휘말린 반면, '택시운전사'는 1400여개로 시작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피해갔다.
양 평론가는 "'택시운전사'의 흥행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군함도'에 대한 반작용을 보여준다"며 "무엇보다도 '택시운전사'는 지금 이 사회가 원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어필했다"고 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