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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원 글러브 투척…열정과 냉정 사이


입력 2017.10.26 10:22 수정 2017.10.26 10:22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 김평호 기자

경기 도중 글러브 투척으로 논란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 분분

경기 도중 글러브 투척으로 논란을 일으킨 오재원. 중계화면 캡처

두산 내야수 오재원이 경기 도중 글러브를 집어 던진 여운이 하루가 지나도 가시질 않고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구 못지않게 오재원이 글러브 내동댕이가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상황은 이랬다. 3-5로 추격에 나선 KIA의 8회말 공격 때 두산 함덕주가 선두타자 최형우를 상대로 2구째 2루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타구는 수비 시프트를 펼치며 기다리고 있었던 오재원 앞으로 굴러가며 쉽게 아웃 카운트가 올라가는 듯 했다. 하지만 갑자기 타구가 내야와 외야의 경계선인 잔디 쪽에 맞으면서 불규칙바운드가 일어나고 말았다. 결국 이 타구는 높이 떠오르며 오재원의 수비 범위를 넘어 외야로 흘러갔다. 공식 기록은 최형우의 안타.

여기까지는 충분히 야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후 오재원의 행동이 만원 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이 자신의 키를 넘어가자마자 오재원은 분을 삭이지 못했고, 곧바로 글러브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오재원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타구였다. 두산이 근소한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8회 선두타자에게 주지 않아도 될 안타를 내주며 순식간에 경기가 위기 상황으로 흘러갔다.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타구에 대한 아쉬움이 오재원에게는 분노로 표출되고 말았다.

알려졌다시피 오재원은 그라운드 안에서 그 누구보다 열정을 발휘하는 선수다. 때론 그 정도가 과해 많은 비난과 오해를 사긴 하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승부욕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한 경기 때마다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동료 선수들의 투지를 불러일으키고, 팀원들의 분발을 촉구하기도 한다.

경기 도중 글러브 투척으로 논란을 일으킨 오재원. ⓒ 연합뉴스

이번 글러브 투척도 분명 정해진 범주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했기에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인다. 글러브 투척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면 타자가 화가 나서 배트를 부러뜨리고 헬멧을 던지는 행동 역시 비난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어린이 팬 포함 많은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재원이 필요 이상으로 과한 행동이 나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보던 KIA팬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낸 이유이기도 하다.

과한 그의 표현 방식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만약 오재원이 그 상황을 여유 있게 웃어 넘겼다면 어땠을까. 자신이 실책을 범한 뒤 미소를 보였다면 문제가 됐겠지만 최형우의 타구는 메이저리그서 최고 2루수로 꼽히는 로빈슨 카노가 와도 잡기 어려웠다.

불가항력인 이 상황을 여유 있게 넘겼다면 마운드에 있는 함덕주도 한결 편안하게 투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함덕주는 이후 나지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김강률과 교체됐다.) 정말 분을 참기 어려웠다면 글러브로 입을 가리고 표출했거나 8회말 수비가 끝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감정을 표현했어도 됐다.

물론 타 팀 팬 입장에서는 오재원의 행동이 얄미워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오재원의 과도한 열정을 사랑하는 든든한 두산팬들도 있기에 오재원은 2차전도 늘 하던 대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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