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관세 부과로 삼성-LG 대미 세탁기 수출 타격 커지나
ITC 세이프가드 권고안에 기본관세 부과 일부 의견으로 들어가
미국 공장 가동되도 전체 물량 소화 어려워...부품 쿼터적용 '이중고'
ITC 세이프가드 권고안에 기본관세 부과 일부 의견으로 들어가
미국 공장 가동되도 전체 물량 소화 어려워...부품 쿼터적용 '이중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저율관세할당(TRQ) 설정과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골자로 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ITC의 이번 권고안에 따리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경우, 내년 삼성과 LG의 수출 물량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당 업체들도 뽀족한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ITC는 향후 3년간 대형 가정용 세탁기 제품에 대해 수출물량 120만대를 초과하는 분에 대해서는 50%의 고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권고안을 발표했다.
세이프가드는 국가나 업체가 아닌 산업과 제품에 부과되는 조치지만 미국에 대형 가정용 세탁기 제품을 대규모로 수출하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이하다시피해 실질적으로는 국내 두 업체를 타깃으로 한 조치다.
ITC가 이 날 발표한 권고안은 행정부에 보고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0일 이내 수용여부를 결정하면 세이프가드 조치는 발효된다.
◆120만대 이하 기본 관세 부과 여부 뜨거운 감자되나
ITC가 이 날 발표한 권고안은 제소 당사자인 미국 가전업체 월풀과 삼성전자-LG전자의 의견을 절충한 것이다.
월풀은 모든 세탁기 물량에 대해 일률적으로 50%의 관세 부과를 주장한 반면, 삼성과 LG전자는 저율관세할당(TRQ)를 145만대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이 때문에 ITC가 TRQ를 120만대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만 50%를 관세를 부과한 것은 양측의 의견을 적절한 선에서 수용한 셈이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LG가 미국에 수출하는 대형 가정용 세탁기는 연간 200만대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LG전자의 경우, 회사의 전체 미국 수출물량 중 20%에 해당하는 물량이 국내 창원 공장에서 생산, 수출되고 있어 쿼터 물량에서 제외된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삼성과 LG가 수출하는 물량 중 약 40~50% 가량은 고 관세 부과 범주에 포함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사가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가정 공장을 건설하고 있지만 생산캐파를 끌어 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건설 중인 세탁기 공장을 내년 1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며 LG전자는 테네시 공장의 완공 시기를 앞당겨 당초 2019년 1분기였던 가동 시점을 내년 연말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장 가동 초기에는 생산량이 적을 수 밖에 없어 이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해 당장 내년도 수출에는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ITC 위원들간 의견이 엇갈린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다. TRQ로 제시된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말자는 의견과 관세를 부과하자는 의견으로 나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를 부과하자는 쪽은 쿼터로 제시한 120만대 이하의 물량에 대해서도 1년 차에 20%, 2년 차에 18%, 3년 차에 15%를 물리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국 정부가 이 의견을 받아들여 쿼터 이내 물량까지 20%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수출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사가 미국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해외 생산-미국 수출 물량을 TRQ 아래로 떨어뜨리면서 무관세 효과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물량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20%의 관세를 부과받게 되면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해법으로 미국 가전 공장의 조기 가동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기본 관세 부과는 이러한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에도 관세 부과...미국 내 전체 생산만이 해법
관세 부과는 완제품 뿐만 아니라 부품에도 적용된다. 부품의 경우, 쿼터를 1년 차 5만대, 2년 차 7만대, 3년 차 9만대로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50%(1년 차)·45%(2년 차)·40%(3년 차)씩 부과해야 한다는 데 ITC 위원들간 의견 일치가 이뤄졌다.
전자업계에서는 이를 부품을 현지화해 미국에서 자체 조달하라는 의미로 보고 있다. 주요 부품에 대해 5만~9만대의 쿼터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미국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수리용 부품 물량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까지 쿼터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미국 내에서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생산을 하라는 메시지”라면서 “현재 삼성과 LG가 건설 중인 미국 공장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미국 정부가 ITC의 권고안보다 강화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ITC의 방안이 권고안으로 행정부가 이를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ITC가 미국 내에서 준사법기관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 기준에 따라 마련한 안을 행정부에서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미현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장은 “ITC의 권고안이 자국 산업의 피해를 산정해 객관적으로 도출한 것이기 때문에 미 행정부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이를 상향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미국 정부가 더 강력한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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